신천지 완치자 4000여명이 11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3주간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3차 단체 혈장공여에 동참했다. 1~3차에 걸쳐 총 3741명이 혈장공여에 참여했다. ⓒ천지일보 2020.12.22
지난해 11월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19 완치자들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단체 혈장 공여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DB

혈장공여 3회, 송병규씨

상처·후유증 딛고 혈장공여

“의료진 헌신적 치료로 회복”

“신천지 편견·오해 안타까워”

 

혈장공여 4회, 김소연씨

공여 위해 적혈구 수치 조절

“혈장공여 동참자 보며 감동”

“코로나사태 종식 위해 기도”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제가 직접 겪어 봤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얼마나 위험한 지 누구보다 더 잘 압니다. 저는 많은 의료진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완치됐습니다. 이제 그 받은 것을 돌려줘야죠.”

◆혈장공여 3회 두 아이 아빠 송병규씨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송병규(44, 남)씨는 지난해 2월 감염 사태가 일었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신도다. 그는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만큼 건강을 회복한 이후 혈장공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번도 아니고 3번이나 혈장공여에 참여했다는 송씨는 “지구촌이 코로나19로 열병을 앓고 있는 상황 속에 나 한 사람의 피가 인류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정말 뿌듯해진다”며 “치료제만 개발될 수만 있다면 (혈장공여를)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작은 것이라도 사랑을 실천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일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송병규(44, 남)씨가 3차 혈장공여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셀프 카메라 촬영을 하고 있다. (송병규씨 제공) ⓒ천지일보 2021.2.4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송병규(44, 남)씨가 3차 혈장공여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셀프 카메라 촬영을 하고 있다. (송병규씨 제공) ⓒ천지일보 2021.2.4

지난해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송씨는 같은해 3월 격리돼 한 달여만인 4월에 완치 판정을 받고 귀가 조처됐다.

“검사 결과가 음성과 양성을 오갈 때마다 느껴지는 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퇴원 소식을 전했을 때 저도 울고 가족 모두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그는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의 심경도 밝혔다. 송씨는 “병환이 있는 어른 두 분과 아픈 아내가 있었기에 집안을 책임지고 있던 입장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아픈 식구들을 책임지고 있는 데다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자녀를 둔 44세의 가장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과 격리 통보는 그 무게가 남달랐다.

◆수차례 검사로 고통스러웠던 치료센터 경험

남겨진 가족들을 뒤로한 채 송씨는 경북 영덕군의 칠보산 휴양림에 있는 삼성 영덕연수원(임시 생활치료센터)으로 격리됐다.

그는 매주 반복된 PCR검사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도 꺼냈다. PCR검사는 채취한 DNA를 증폭시켜 확진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로, 검체를 채취할 때 면봉을 콧속 깊숙하게 집어넣는다.

송씨는 “입소 후 40여일간 생활하면서 주 1~2회씩 (코로나19) PCR검사를 했는데, 검사가 4회를 넘어가니 할 때마다 코에서 피가 났고 건조한 증상도 심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번의 음성 결과가 연속으로 나와야 귀가 조처되는데, 양성과 음성이 번갈아 나왔을 때의 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당시의 답답함도 토로했다.

검사 결과로 희비가 엇갈리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그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일반시민들이 갖고 있는 신천지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송씨는 확진 이후 신천지 신도임이 드러나 부당한 대우를 당했던 사연도 얘기했다.

“제가 신천지 신도라는 걸 부모님과 이종사촌, 고종사촌까지 모두 알게 돼 신천지에서 나오라는 강요를 많이 받았어요. 그때는 가족들이 신천지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다보니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았어요.”

◆“받은 것 돌려줘야죠… 그게 사랑이니까”

송씨는 치료를 받으며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다른 신도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신도들은 신천지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억울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다”며 그때의 심경을 토로했다.

약 6주간의 격리 생활을 통해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그 역시 다른 완치자들처럼 코로나19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송씨는 탈모, 두통, 오한 등을 앓고 있다.

수차례 검사로 고통을 당해 이제 더이상 찾고 싶지 않은 병원을 그것도 신천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낙인처럼 찍힌 상태에서도, 코로나19 후유증을 앓으면서도 송씨가 혈장공여를 위해 발걸음을 병원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받은 것을 돌려줘야죠. 그게 사랑아닙니까.”

송병규씨가 혈장공여에 앞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송병규씨) ⓒ천지일보 2021.2.4
송병규씨가 혈장공여에 앞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송병규씨) ⓒ천지일보 2021.2.4

◆혈장공여 4회 동참한 김소연씨

송씨처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혈장공여자로 자원한 이가 또 있다.

최근까지 네 번째 혈장공여를 마쳤다는 김소연(가명, 44, 여)씨가 그 주인공이다. 신천지 신도인 그는 “간절히 참여하고 싶었지만 건강상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자 눈물을 흘리는 신도님들도 봤다”며 “그분들을 대신해서라도 더 많이 혈장공여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 번째라곤 하지만 혈장공여는 김씨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지낸 경험 탓에 나서기까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더군다나 혈장공여는 주말에 불가능해 직장에 가야 할 평일 휴가를 내고 나와야 했다.

◆혈장공여 위해 식단 조절까지

그렇게 용기를 냈어도 못 할 뻔했던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혈장공여 참여 전부터 체중조절 중이었거든요. 1차 때 적혈구 수치가 기준치보다 낮아서 못 할 뻔했어요. 다행히 두 번째 추가 검사에서 기준수치가 나와서 공여를 할 수 있었어요. 그 후로는 체중조절을 중단하고 식단을 보양식으로 먹는 중이에요.”

그는 혈장공여를 할 때 신도들이 참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교회에서 혈장공여자를 취합하고 시간 배정을 안내하는 부분까지 신도님들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저도 은혜가 됐죠.”

김씨는 완치판정을 받은 지난해 4월 이후 코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에 감염된 동안 이어진 미열과 미·후각 상실을 겪은 이후 찾아온 후유증은 많이 나아졌지만 가끔 이상이 찾아오곤 한다.

처음 확진 됐을 때를 돌아본 그는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저는 PCR 검사에서 5번 넘게 약양성 반응이 나와 남들보다 검사 횟수가 많아 상당히 힘들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서 많이 놀라고 걱정도 됐어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돼 치료하는 중에도 힘든 상황은 이어졌다. 그는 “치료센터에선 검사 외에는 다른 치료가 없었다. 갇혀있다는 생각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더 크게 고통받는 분들이 있는 걸 생각했고, 또 기도하면서 마음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 오길”

“퇴원 후에는 더 이상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감사했고, 자유가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깨달았어요. 다만 아직 완치 받지 못한 분들이 걱정됐어요.”

완치된 이후 센터 밖으로 나왔지만 많은 것이 바뀐 상황에서 김씨는 적응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가족과 지인들이 완치될 때까지 많이 염려하고 격려해줬지만 전혀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비대면 생활로 바꾸고 적응해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구 신천지 교회가 폐쇄된 이후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김씨는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서 대구에 살고 계신 분들께는 죄송하죠. 다만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고 언젠가 곧 신천지에 대해 사실과 진실대로 알릴 날이 있다고 믿고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27일 오후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19 완치자들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진행한 혈장 공여에 참여하고 있다. 내달 4일까지 진행되는 2차 혈장공여에는 총 110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신천지 대구교회는 지난 7월 13~17일 409명이 참여하고, 개별적으로 219명이 동참하면서 현재까지 총 628명이 혈장공여를 마친 상태다. 이번 2차 참여까지 더하면 1700여명이 혈장 공여에 동참한다. ⓒ천지일보 2020.8.27
지난해 11월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19 완치자들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단체 혈장 공여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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