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가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너알아TV 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지난 7일 서울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가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너알아TV 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코로나19 재확산, 방역하자는데

“사탄의 계략” “정권의 음모” 주장

시민들 “집단광기 아니냐” 비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일부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의 진원지로 떠오르며 비난을 받고 있는데도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일부 교회와 목회자들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라’고 선동하면서, 예배당이 정부에 의해 폐쇄되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교회(예배)가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교계에서조차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이기주의식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등 일탈적 행동을 일삼고 있는 목사들은 대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동조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의 방역지침 자체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1000여명의 신도가 등록된 부산 세계로교회의 손현보 목사가 있다. 그는 새해 첫 주말인 지난 3일과 6일, 그리고 전날인 10일까지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앞서 그는 방역수칙 위반으로 고소당하고 교회가 폐쇄되는 한이 있더라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손 목사는 지난 3일 설교에서 “코로나를 빙자해 교회를 핍박하고 교회를 멸절시키려고 하는 명백한 사탄의 계략” “오늘의 주사파 정권도 교회를 멸절하려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앞으로도 예배를 강행할 것이라며 만약 정부에 의해 시설이 폐쇄되더라도 ‘카타콤식 예배’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전광훈 목사를 지지해왔던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도 유튜브 너알아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교회가 저항해야 한다며 대면 예배를 강행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그는 “백화점, 식당, 지하철 등 다 인원제한이 없는데 교회만 인원제한을 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 이것(예배당 인원제한)에 대해선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목사는 “예배가 살면 국가도, 가정도 산다. 하나님은 무능하신 분이 아니다”라며 “성도님들이 목사님에게 (대면 예배 하자고) 건의 해 달라. 목사님들은 방역하면서 예배 철저하게 드리시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논란이 됐던 서울 금천구 예수비전성결교회 안희환 목사 역시 연일 유튜브에서 방역당국이 ‘정치방역’을 통해 교회탄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예수비전성결교회 안희환 목사가 지난 12월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안희환TV 유튜브 캡처)
예수비전성결교회 안희환 목사가 지난 12월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안희환TV 유튜브 캡처)

안 목사의 논리는 방역 수칙이 종교의자유를 침해하고, 자신의 교회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예배를 비대면을 원칙으로 진행하고, 비대면 예배 진행을 위해 20명 이내만 모일 수 있게 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전국 497개 교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자유를 짓밟는 행위라며 행정소송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외에도 대면 예배에 관련한 일부 목회자들의 인식은 지난 7일 정세균 총리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 예장통합 총회장 신정호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이철 목사 등 한국교회 지도자간의 만남 자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들 목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교회에서 쏟아지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시설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현행대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항의의 뜻을 전했다. 예배당 규모가 클수록 대면 예배 인원을 늘리는 게 맞지 않겠냔 취지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좌석 기준 200석 미만일 경우에만 20명, 200석 이상인 경우에는 전체 인원의 10%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교회발 확진자는 정부 방침을 거부하는 교회에서 주로 확산하는 것이지, 방역을 철저히 하는 교회에서는 확진자 발생이 극히 적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반 국민 사이에선 이러한 개신교회의 태도가 그저 답답하다는 성토가 나온다. 포털 네이버 실시간 페이지에서 한 네티즌은 “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현실인데,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떼쓰는 교회의 마인드가 대단하다”며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6, 여)씨는 “누가 예배를 드리지 말라 했느냐. 온라인으로 드리는 예배는 예배가 아니냐”며 “집단광기로밖에 안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70명으로 집계된 7일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털모자를 쓴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70명으로 집계된 7일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털모자를 쓴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1.7

현재 교회를 매개로 한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최악을 치닫고 있다. 선교단체 인터콥 소유 종교시설인 BTJ열방센터를 중심으로 한 n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고, 전국 각 지역 교회에서도 산발적으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최소 수십명에서 최대 수백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계 내부에선 “참담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들로 인해 방역수칙을 지키는 교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단 지적도 있다.

개신교 시민단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는 7일 ‘대면 예배 강행, 참담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목회자는 하나님나라를 무너뜨리는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신뢰를 잃은 정도가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맞이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서슴없이 방역 수칙을 따랐던 수많은 교회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에 대한 여론은 매우 성난 상태지만, 일부 교회의 일탈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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