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천지 혈장공여’로 가시화되는 한국형 혈장치료제, 미국치료제와 차이점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완치자 1100명의 단체 혈장공여가 지난 27일부터 추가로 이뤄지면서 한국형 혈장치료제 개발이 가시화 되고 있다. 연일 확진자 300명이 넘는 코로나 재확산기를 맞아 중환자까지 급증하고 있어 혈장치료제는 국민 생명 보호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7일에 이어 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 2~3월 대량 환자가 발생했던 신천지 신도들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단체 혈장공여”에 감사를 표했다.

신천지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2월 이만희 총회장은 “치료제를 달라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신도들에게 권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치료제 개발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은 신천지 신도들의 적극적인 혈장공여로 머지않아 현실화될 전망이다. 4~5월에 완치판정을 받았다면 7~9월이 혈장공여의 골든타임이다. 완치 4개월이 지나면 혈장 내에 생성된 코로나 항체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문제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치료제가 없을뿐더러 이미 1천명을 넘은 사랑제일교회발(發) 확진자 등에서는 신천지 당시보다 최대 9.3배 전파력이 높은 GH형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등 변이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감염 사례도 늘면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반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완치자 혈장치료제 개발에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서는 지난 4월 세브란스 병원 최준용 교수팀이 코로나19 중증환자 2명에게 완치자 혈장치료를 병행한 결과 뚜렷한 치료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혈장은 혈액 가운데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이 제외된 액체 성분을 의미한다.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혈장 내에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중화항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이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완치자 혈장에서 면역글로불린을 다량 추출하면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나 독소, 효소 등의 생물학적 활성을 저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지난 4월 “완치자 회복기 혈장이 중화항체를 갖고 있다는 가정 하에 완치자의 혈액에서 혈장만을 선택해 중증환자에게 성분수혈을 실시했다”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사태 때도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혈장치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혈장치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이 ‘다수 완치자의 혈장공여’다. 다수의 헌혈을 통해 항체를 제공받아야 연구와 치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완치자의 혈장이 충분히 확보돼야 혈장 속에서 중화항체를 중증환자들에게 부족함없이 공급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서는 혈장에서 항체 작용을 하는 면역글로불린을 추출해 치료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코로나 완치자의 혈장을 다량 확보하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확진자가 훨씬 많이 발생한 해외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코로나19 완치자들이 심리적 피해가 큰데다 장기 치료에 지쳐 혈장공여에 나서길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초 집단감염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았던 신천지 대구교인들이 지난 6월 대규모 혈장공여 소식을 알려왔다. 무려 4000여명이 혈장공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대단위 혈장이 한 단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협조가 원활히 이뤄졌다. 지난 7월에 이은 신천지 완치자의 단체 혈장공여는 GC녹십자의 한국형 혈장치료제 개발에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혈장치료제가 나왔으나, 이는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FDA가 승인한 혈장치료제는 회복기 환자의 혈액 속 면역항체로 감염증의 원인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원리다. 즉 완치자 몸속에 생긴 항체를 다른 환자에게 옮겨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완치자 혈장을 중증환자에게 직접 수혈하듯 투여한다. 혈장치료에 관해 일각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보고되지 않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현재 녹십자에서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 속 혈장에서 항체 등 면역 단백질을 추출·분획해 농축시킨 ‘고면역글로불린’ 제제로 만든 의약품이다. 실질적인 치료약인 셈이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는 지난 신천지 1차 혈장공여자들과 일반 혈장공여자들의 참여에 힘입어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추가 완치자를 모집하던 중에 또 신천지 대구교인 1100명이 혈장공여 의사를 밝혀 필요한 혈장이 신속히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던 신천지가 혈장공여에 나섰다는 소식은 해외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나아가 신천지 혈장공여는 해외 완치자들도 혈장공여에 나서도록 하는 등 선한영향력을 끼쳤다.

미국 ABC뉴스는 신천지 1차 혈장공여가 이뤄진 지난 7월 한국에서 대규모 혈장공여가 이뤄진 소식을 듣고 혈장공여에 참여한 한 시민의 사례를 소개했다. ABC는 “혈장 부족(Plasma Shortage)”이라는 제목의 지난 7월 28일자 뉴스를 통해 “완치자들의 혈장이 코로나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 또 한 사람의 혈장이 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적극 혈장공여에 동참해달라”는 美적십자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뤄진 한 교회(신천지)의 대규모 혈장공여 소식을 듣고 혈장공여에 동참하기로 결심한 롤 마티네라는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3월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우려를 낳았던 신천지가 한국형 혈장치료제의 첨병이 되고 세계인들의 혈장공여까지 이끌고 있으니 참으로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