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무료·바우처택시 확대
도시철도·트램 노선 재검토
‘부울경 30분 생활권’ 구축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가 산업 수도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래 교통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5대 교통정책’을 내놨다. 울산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어 대중교통 의존도가 시내버스에 편중돼 있다. “시민의 발은 시내버스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조적 불편이 이어져 왔다.
이에 울산시는 버스 중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도시철도망과 동남권 광역철도를 함께 구축해 교통 흐름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두겸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민선 8기 울산시는 산업과 문화, 시민 생활이 조화로운 울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교통망 강화에 힘쓴 결과 광역철도 개통과 도시철도 건설 확정으로 울산의 철도 시대를 활짝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5대 교통정책은 버스와 철도를 중심으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 혁신을 추진하는 데 핵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시가 제시한 5대 교통정책은 ▲어르신 교통복지 확대 ▲도시철도망 구축 ▲부울경 30분 생활권 실현을 위한 광역철도 건설 ▲태화강역 고속철도 기능 강화 ▲부울경 통합 환승할인제 도입 등이다.
◆어르신 교통복지, 이동권 강화
울산시는 어르신들의 사회 활동 범위를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내버스 무료 이용 기준을 만 75세 이상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낮춘다. 이에 따라 무료 이용 대상은 기존 약 6만 5000명에서 두 배 가까운 11만 5000명으로 확대된다. 다만 이용 횟수는 월 60회로 제한된다.
바우처 택시 지원도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만 85세 이상 약 1만 4000명에게만 제공됐지만 앞으로는 만 80세 이상 약 3만 4000명으로 넓혀 약 2만명을 추가로 포함한다. 병원 방문 등 이동이 필요한 경우 월 최대 4회까지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시는 이를 통해 보행이 어려운 고령층의 이동권을 보완하고 외출 기회를 넓혀 사회적 고립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철도망 재정비
울산시는 도심 교통의 뼈대가 될 도시철도망을 정비한다. 통행 수요와 도로 여건 등을 전면 재검토해 기존 도시철도 2·3·4호선 계획을 손질했다.
2호선은 송정지구 구간을 줄이는 대신 진장유통단지 방향으로 새로운 노선을 신설해 경제성을 높였다. 동구로 향하는 3호선과 원도심을 관통하는 4호선은 도로 폭이 좁은 현실을 반영해 복선 계획을 단선으로 변경,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또 북울산역에서 야음사거리를 잇는 트램 2호선을 북구와 남구 방향으로 각각 연장하는 구상을 내놨다. 북쪽은 이화사거리까지 늘려 약 12만명에 이르는 농소 주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남쪽은 새터삼거리까지 연장해 산업단지 출퇴근 시 환승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시철도 1호선 종점인 신복교차로와 진장동을 연결하는 ‘혁신도시선’도 도입해 도심 순환철도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트램 1호선은 내년 7월 착공해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소 트램을 도입해 친환경·저소음 교통체계를 구현할 예정이다.
◆동남권 광역철도 확충
울산시는 동남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광역철도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해선 광역전철 북울산역 연장은 내년 9월 개통될 예정이다.
울산역에서 부산 노포를 잇는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는 지난 7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2027년 설계를 거쳐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울산역에서 양산·김해·창원으로 이어지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는 내년 상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들 노선이 완성되면 울산·양산·부산·김해·창원이 하나의 통합 철도망으로 연결되며 울산역과 태화강역은 동남권 철도망의 핵심 환승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울산시는 국토교통부와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 사업의 조기 착공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태화강역, 고속열차 증편
철도 허브인 태화강역의 고속철도 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청량리역으로 운행하는 고속열차는 하루 6회에 불과했으나 다음 달부터는 하루 18회로 늘려 상행과 하행을 각각 9회씩 배치한다.
연말부터는 강릉 방면 동해선에도 고속열차가 새로 투입돼 기존 4시간가량 걸리던 울산~강릉 이동 시간이 2시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울산시는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 방문객 편의를 위해 서울역과 수서역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유치도 추진하고 있으며 하루 6회 운행을 목표로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향후 경부고속철도 평택~오송 2복선화 공사가 완료되면 운행 횟수를 하루 10회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를 통해 태화강역을 동해선·중앙선·경부선이 모두 연결되는 철도 교통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부울경 통합환승제 도입
울산시는 오는 2029년 울산 트램 1호선 개통 시점에 맞춰 울산·부산·양산·김해를 아우르는 ‘부울경 통합 환승할인제’를 도입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시내버스, 트램, 지하철, 동해선 광역전철을 지역 구분 없이 환승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는 환승 비용 부담을 줄이고 이동 편의를 높여 부울경이 명실상부한 하나의 생활권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시장은 “편리한 교통망은 도시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울산은 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고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는 도시지만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전철 개통과 세계 최초 친환경 수소트램 도입으로 혁신적인 철도 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철도와 광역철도를 확충해 동남권을 연결하고 통합환승제 도입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통비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울산의 교통망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