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로 인해 범죄자의 불법 수익을 사실상 ‘현금화’ 하도록 길을 열어준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최근 대장동 피의자 남욱 변호사가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 땅을 500억원대에 매물로 내놓았다. 2021년 4월 대장동 자금으로 300억원에 매입한 땅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그는 약 200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가 이 땅을 구입할 당시 이미 대장동으로 1010억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몇 년이 지나자 부당 이익은 더 부풀었고, 이제 법원에 ‘동결 자산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며 국가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검찰의 항소 포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와 결탁해 시민의 이익을 가로챘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손해액 산정을 이유로 추징을 최소화했다. 검찰이 법원에 요구한 추징금 7524억원 중 인정된 금액은 473억원에 불과했다. 남욱씨는 추징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검찰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정상적으로 항소를 해야하지만 끝내 항소하지 않았다. 이 결정으로 추징 관련 판결은 1심 ‘0원’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형사소송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때문이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순간 추가 추징의 길은 완전히 닫혔고, 검찰이 보전 중이던 2070억원 중 상당액 역시 동결을 유지할 근거가 사라졌다. 남욱씨가 ‘동결을 풀지 않으면 국가배상’이라는 초유의 주장까지 나서는 이유다. 범죄자가 당당하고, 검찰이 몰리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대장동 사건이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라 불리는 이유는 비단 돈 때문이 아니다. 이 사건 전체가 공공 이익을 탈취해 소수의 민간인에게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준 구조적 비리라는 데 있다.
김만배씨 일가가 챙긴 이익만 5823억원, 전체 일당이 가져간 돈은 7886억원에 달한다. 정상적 개발이었다면 아무리 많이 벌어도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정한 구조로 빼앗긴 시민의 몫이기에, 국가는 마땅히 회수해야 한다.
더 문제인 것은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다. 검찰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나오자 이를 ‘검란’으로 규정하고 인사를 앞세워 눌러버렸다. 급기야 검사를 국회에서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검사 파면법’까지 발의했다.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도둑이 판치는 나라가 된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 문턱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