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배서윤 기자] 고령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치매 진단을 받은 고령자의 보유 자산인 ‘치매 머니’가 원활히 관리될 수 있도록 후견제도 등을 활용한 접근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은 치매 머니가 154조원에 달하지만, 후견인은 3만여명에 불과해, 제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부위원장은 18일 서울가정법원 등이 주최한 제4회 한국후견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 저고위는 건강보험공단 등과 공동으로 ‘치매 노인 자산 전수조사’를 실시해 치매노인 총자산 규모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124만명 중 자산 보유자 76만명의 자산이 약 154조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는 2030년이 되면 75세 이상 고령층에 진입하며, 2050년에는 전체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가속화된 고령화로 인해 국내 치매 노인이 급증하면서 치매 머니의 규모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고위에 따르면 치매 머니는 2030년 220조원, 2050년에는 48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총생산량(GDP)의 15.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저고위 관계자는 “치매로 인해 자산이 계속 묶이게 되면 경제 선순환 구조를 저하해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치매환자에 대한 재정적 학대나 사기 피해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60대 이상 사이버 사기 피해자 수는 2019년 2796명에서 2023년 1만 1435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저고위에 따르면 현재 노인 인구 1000만명당 치매 환자는 97만명에 달한다. 이에 더해 발달장애 노인 인구도 25만명, 정신장애인은 11만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후견제도 이용자는 3만 8000명에 불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의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주 부위원장은 “치매 발병 이전부터 사후까지 치매 진행 상황에 맞춰 고령자의 합리적 자산 운영이 가능하도록 후견제도를 활성화하려면, 접근성, 전문성, 제도 간 연계성이라는 세 축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 후견인이 신탁으로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하도록 하고, 신탁 등을 통한 관리 자산은 필요시 의료와 돌봄·요양에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연계 방안을 검토해 볼만하다”며 “그간 진행된 연구와 오늘 논의되는 대안들을 검토해 향후 정책 과제로 구체화하고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