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드디어 숨통” 15% 관세 소급 적용 기대
반도체 ‘대만 수준’ 관세 가능… 수출 타격 최소화
철강만 ‘50% 고립’… “중소 협력사 줄도산 우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14일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가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JFS)’가 공식 발표되면서 수개월간 불확실성에 묶여 있던 국내 산업계가 일제히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미국의 232조 관세 체계 속에서 25% 고율 관세 부담을 안고 있던 자동차 업계는 관세가 15%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자 즉각적인 수출 채산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관세가 11월 1일부로 소급 적용될 전망이라는 소식에 업계의 긴장감이 완화되는 모습이다.
국회 역시 대미투자특별법을 이달 중 발의해 지난 1일부터 관세율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어 그동안 이중 부담을 지던 완성차 업계의 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뒤늦게나마 일본·유럽보다 불리했던 1~2개월의 관세 차이를 만회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산업 역시 대만과의 ‘관세 형평성’이 확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 전망이 개선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이번 JFS에서 반도체 관세를 특정 국가에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다른 국가 대비 불리한 조건에 놓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 수요 확대에 따라 형성된 ‘메모리 슈퍼사이클’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 부담이 더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출 타격이 최소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제외된 철강 업계는 여전히 50% 고율 관세라는 ‘악재’ 속에 놓여 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은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의 대미 수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1%나 감소했다. 또 변압기·가전·볼트·너트 등 철강이 포함된 400여종 파생제품까지 동일한 50% 관세가 적용돼 중소 제조업체들까지 연쇄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관세 조정이 단순한 가격 경쟁력 회복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내려갈 경우 현대차그룹의 2026년 영업이익은 약 2조 4000억원, 기아는 1조 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특히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낮았던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조정이 향후 전기차·수소차 분야의 한·미 기술 협력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역시 미국과 대만의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최종 관세율이 확정되겠지만, 한국이 대만과 유사한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슈퍼사이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57억 4000만 달러(22조 9000억원)로 전년 대비 25.4% 증가하며 한국 수출 회복세를 이끌었다.
반면 철강 업계는 “차·반도체와 달리 철강에 대한 관세 조정 논의가 빠진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철강 파생상품까지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중소 협력사에서는 이미 대미 수출 물량이 급감하면서 존폐 위기를 겪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JFS 발표를 계기로 주요 업종이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업종별로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만큼 정부의 후속 정책 조율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