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부장 7명은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또 전국 검사장 18명은 공동으로 항소 포기 결정의 경위를 따져 묻는 입장문을 냈다.

일선 검사들까지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대 범죄 수익을 안긴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집단 움직임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으나 이번처럼 특정 사건 재판 처리와 관련해 최고위급 검찰 간부들까지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사들이 대장동 사건항소 포기를 계기로 ‘최후의 검란’에 나섰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태의 발단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였다. 항소 의견을 냈던 서울중앙지검의 판단을 대검이 뒤집으면서, 사실상 1심 판결이 확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추징금 상한은 473억원에 불과하다.

검찰이 확인한 부정이익이 수천억원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로 인해 대장동 일당은 항소심에서 검사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이 대장동 일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뜻이다.

노 권한대행은 “숙고 끝의 결정”이라 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검이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했을 때 ‘신중하게 판단하면 좋겠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관이 개별 사건의 항소 여부에 의견을 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법리 판단이 아닌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받는 이유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 문제이다. 검찰이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와 기소 방침을 바꾸는 순간, 법치의 근간은 무너진다. 항소 포기가 정치적 판단이었다면 권한 남용이며,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면 월권이다. 법무부 장관의 개입이 있었다면 명백한 지휘권 남용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국민 신뢰다. 그동안 대장동 사건은 정치·경제·사법이 얽힌 대표적 권력형 비리로 지목돼 왔다. 그만큼 공정한 법적 절차가 중요했다. 그런데 항소 포기 결정이 불투명한 채 내려지면서, 국민은 결과보다 과정에 의문을 품게 됐다.

정부와 법무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내부 갈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은 ‘조직 이기주의’가 아니라, 법이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최소한의 저항일 수 있다.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국민 앞에 결정의 근거와 법리를 투명히 밝혀야 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항소를 포기했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사법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권력이 검찰의 손끝까지 뻗치는 순간, 국민은 더 이상 법을 믿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부는 권력의 편의가 아닌 법과 상식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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