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한 뒤, 하루 만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만장일치로 항소를 결정했으나, 윗선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장동 사건의 공소 유지를 지휘하는 정 지검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을 시작으로 일부 고위 간부의 추가 사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공판팀은 7일 항소 기한을 4시간 30분가량 남긴 오후 7시 30분께 대검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항소 제기를 불허한 사실을 통보받았다.
수사·공판팀은 이날 새벽 입장문을 내고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가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형 부패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의 ‘항소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법무부의 항소 반대 의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대검찰청과 법무부 간의 판단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 여부는 법률적 판단에 따라야지 정치적 고려가 앞서서는 안 된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은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이 언급돼 국민적 여론이 집중됐다. 검찰이 스스로 정한 수사 원칙보다 외부의 정무적 판단을 우선시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법무부는 검찰의 상급기관이지만 수사와 공소 유지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항소 포기 과정에서의 지휘와 보고 절차가 투명했는지, 법무부가 사실상 검찰의 독립적 판단을 제약한 것은 아닌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수사팀 내부의 문제 제기와 검사장의 사퇴는 그만큼 조직 내부의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검찰은 그간 ‘법과 원칙의 최후 보루’를 자임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검찰 스스로 법적 판단의 주체인지, 정무 판단의 하위 기관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수사의 공정성과 사법 정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국민은 검찰이 권력의 이해관계가 아닌 법률적 기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갖고 움직이기를 바란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절차 논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명예와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이유가 진정 법률적 판단이었다면 그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만약 정무적 고려가 작용했다면 그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은 결과보다 법리적 과정을 엄중하게 본다. 검찰의 독립은 사법 정의의 뿌리이자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파제다. 이번 사태가 그 근간을 흔드는 전례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