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 뉴욕에서 자칭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가 시장에 당선됐다.
인도계 이민자 출신의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 의원이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거물’ 앤드루 쿠오모(68) 전 뉴욕 주지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그는 9.11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뉴욕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 되며 미국 정치사에 새로운 상징을 세웠다. 당선 축하 행사에서 그는 “뉴욕은 오늘 밤 변화를 위한 명령을 내렸다”며 “소수를 위해 다수를 저버리는 정치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맘다니 시장의 공약은 버스 무료, 공공주택 임대료 동결, 아동 무상보육, 부유세 신설 등 ‘무상 시리즈’로 요약된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호소력은 분명 컸다. 그는 청년 세대를 파고드는 현장 밀착 전략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뉴욕은 현재 재정 적자와 공공 서비스 비용 증가로 고통받고 있다. 돈이 나올 곳은 부유층과 기업뿐인데, 그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면 자본과 일자리가 도시 밖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
역사적으로 도시 재정을 파탄시킨 급진적 복지 실험은 수없이 많다. 유럽의 일부 사회민주주의 도시조차 과도한 보조금 정책의 후폭풍으로 세금 부담과 물가 상승에 시달렸다.
뉴욕은 세계 경제의 상징이자 미국의 얼굴이다. 이곳에서 반(反)자본주의적 실험이 실패한다면 그 여파는 뉴욕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전체의 신뢰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맘다니는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를 선언하며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했다. 그 정신은 존중받을 만하다. 하지만 포용의 이름으로 시장 원리를 부정하고 ‘부자 대 서민’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도시를 재단한다면 그 또한 또 다른 형태의 배제와 분열을 낳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도 예고돼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 이민정책, 도시 치안 문제 등에서 정치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뉴욕 시장의 임무는 이념적 대결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행정이 더 중요하다.
맘다니의 등장은 불평등 구조와 정치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평등을 고치는 길은 시장과 기업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공정한 경쟁과 혁신으로 돌리는 것이다. 지금 뉴욕에 필요한 것은 혁명이 아니라 균형이다.
뉴욕의 유권자들은 ‘변화’를 택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맘다니가 이념적 열정에서 벗어나 현실의 경제와 행정 속에서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복지의 이름으로 재정을 무너뜨리고, 정의의 이름으로 갈등을 키운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이념보다 현실이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