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4개 기관 분할
금감원 직원 700명 반대 집회
금융위 직원들 익명글로 성토
정무위원장 “밀실 졸속안 반대”
논의 장기화 시 안정성 약화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정부와 여당이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확정·발표한 가운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업무와 인원 배분 등과 관련해 당국 안팎의 반발이 이어지는 데다, 입법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측되면서다. 일각에선 조직개편 논의과정에서 혼란이 증폭되면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 2일부터 금융위의 국내금융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기재부)에서 분리된 재정경제부(재경부)로, 감독 기능은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이관된다. 금감위는 향후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에 집중하게 된다.
금감위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설치된다.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기능은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맡게 된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위해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격상돼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겸임할 수 없으며, 금감위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지도·감독하게 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이분화돼 있던 금융당국은 재정경제부·금감위·금감원·금융소비자원 등 4개 기관으로 쪼개지게 된다.
당정은 이 같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금감원 직원 700여명은 출근 전인 오전 8시에 검은 옷을 입고 서울 여의도 금감원 1층 로비에 모여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집회를 했다. 전체 직원의 30% 규모다.
이들은 약 50분간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공공기관 지정 철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로비에 들어서지 못한 이들은 2층과 4층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금융소비자 보호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진 우리의 의견이 이번 조직개편에 단 한 줄이라도 반영됐느냐”며 “소통 없이 무조건 따르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재 정식 공문을 통해 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내부 규정에 따라 각종 절차를 거쳐 공식 투쟁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다음주부터 총파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앞선 3개월여 기간 동안 각종 지라시로 조직개편 관련 소문들을 듣는 데 참아왔다”며 “이제 지긋지긋하다. 대다수 내부 구성원들보다 외부에서 소문을 더 빨리 알게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이렇다니 뒤통수 맞고 조롱당한 기분” “허탈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관건은 서울에 남는 금감위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위 정원은 342명으로 이중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제외하면 263명 수준이다. 국내금융정책 업무를 맡는 직원이 재경부로 소속을 옮기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다수 인원이 세종으로, 금감위에 흡수된 일부 인력만 서울에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규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이와 관련 지난 7일 고위당정 브리핑에서 “금융위가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구분해야 되는데 현재 은행, 보험 등 대상별로 편재돼있다”며 “정부조직법이 발의되고 최종 심의될 때까지 금융위와 협의해 이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입법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금융당국 개편에 따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후속 입법을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 정무위원장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야당 무시가 도를 넘고 있다”며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하루 전 금융위 해체를 논의하더니 ‘금융위 존치’와 ‘야당과의 협의’를 전제로 진행했던 청문회가 끝나기 무섭게 ‘금융위 해체’를 공식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금융위 설치법’ 등 정무위 소관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편 당사자인 금융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밀실 졸속안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해당 법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대 180일간 안건이 상임위에 묶이게 된다.
정치권 논의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상호관세 문제와 경기침체 등으로 금융정책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조직개편 논의과정에서 혼란이 증폭되면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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