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17.8%·과자 25.9% ‘뚝’… 업계 “미국 의존 줄이고 다변화 가속”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포장김치가 진열돼 있다.역대급 폭염으로 배추 한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포장김치 수요가 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의 종가 김치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의 지난달 배추김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천지일보 2024.09.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포장김치가 진열돼 있다.역대급 폭염으로 배추 한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포장김치 수요가 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의 종가 김치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의 지난달 배추김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천지일보 2024.09.26.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미국이 한국산 농식품에 15% 상호관세를 최종 확정하면서 K푸드 수출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라면과 과자가 각각 17.8%, 25.9% 급감하는 등 7월 통계부터 충격이 본격화했다. 불확실성은 사라졌지만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냉엄한 현실이 드러난 만큼 업계는 수출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라는 해법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미국 판매 동향을 지켜보는 한편 유럽·아시아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TI)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농수산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5437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했다. 특히 주력 품목의 하락 폭이 컸다. 라면 수출액은 1737만 달러에서 1427만 달러로 17.8% 줄었고 과자류는 2673만 달러에서 1981만 달러로 25.9% 급감했다. 인삼류(-13.4%), 소스류(-7.2%)도 동반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 특성상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해 상반기에 수출을 앞당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시 보편관세 10%가 부과되고 상호 관세로 추가 인상이 예고됐지만 최종 수준을 알 수 없었다”며 “유통기한이 긴 제품은 미리 선적해 두는 것이 안전했다”고 말했다.

국내 라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삼양식품도 “미국 관세 대응의 일환으로 6월까지 수출 물량을 늘렸다”며 “8월부터 15% 관세율이 확정됨에 따라 일부 품목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당초 최대 25%까지 거론됐으나 이달 7일부터 15%로 최종 확정됐다. 업계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8~9월 미국 내 판매량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이 컸던 만큼 유통기한이 긴 제품은 상반기 중 선적을 마쳐두는 것이 안전했다”며 “7월 들어 수출이 둔화된 건 이미 확보해둔 재고 물량 때문이라고 볼 수 있”

다만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농식품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달러 차이도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큰 심리적 장벽이 된다”며 “가격 인상분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식품기업들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상은 지난 2023년 폴란드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김치 공장을 추진 중이며 CJ제일제당은 9월 일본 치바현에서 ‘비비고’ 만두 신규 공장을 가동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공장도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4억 원을 투자해 중국 공장을 건설 중이며, 밀양 2공장을 미국·유럽 수출 전담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출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원료구매·시설자금 1660억원 지원, 수출 바우처 추가 지원, 환변동 보험 자부담률 0% 완화 연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결국 올해 K푸드 업계는 미국 관세 파고 속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관세 충격을 완화할 ‘플랜 B’로 수출 다변화와 원가 혁신이 가동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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