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 기록 등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M&A 재시동 주목
中·日·美 방문 등 적극적 행보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14.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25.07.14.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10년 가까이 옭아매던 ‘사법 족쇄’가 풀림에 따라 ‘뉴삼성’ 비전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다.

1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10년 동안 사법 리스크에 얽매여 있었으나 이날 대법원이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지으면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선고 후 삼성 측 변호인은 “오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거쳐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2020년 9월에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이날 대법원 판결도 무죄로 확정됐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천지일보DB
삼성전자 서초사옥. ⓒ천지일보DB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이 회장이 향후 경영에 집중해 삼성의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회장의 공백으로 삼성전자는 한동안 탄력을 잃었지만, 이제 투자와 신사업 추진을 통해 경쟁력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이 7개 분기 만에 5조원을 하회하는 등 실적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놓쳤고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맥을 못 피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측면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졌고 30년간 이어온 D렘 시장 1위 자리도 SK하이닉스에 내어줬다.

반도체 사업을 보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은 조 단위 적자를 기록 중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대만 TSMC가 독주로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 회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HBM3E·HBM4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DB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DB

아울러 앞서 ‘2030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했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는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던 만큼 이러한 부분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할 만큼 기술 경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에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사즉생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뉴삼성’ 비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한 이 회장은 이후 2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후에야 하만을 통한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 인수에 이어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젤스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대형 M&A를 진행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삼성은 AI, 바이오, 로봇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대한 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단체장, 기업총수, 장관들이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 번째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광모 LG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단체장, 기업총수, 장관들이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 번째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광모 LG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이 회장의 국내외 행보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일본, 미국 등을 연이어 방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경제인 간담회에서 “당장의 경제 위기도 중요하지만 20~30년 후, 다음 세대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4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을 만나 투자 논의를 이어갔고 이달 9~13일에는 미국 내 글로벌 재계 사교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달 말에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난 2023년 말 설립된 미래사업기획단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이 회장의 행보에 발맞춰 최근 새로운 먹거리 아이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등기임원 복귀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지난해 말 연간 보고서에서 컨트롤타워 재건,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을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 지배구조 개선 과제로 꼽은 만큼 삼성은 이를 위한 조직 재정비 논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