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현대차와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 상호 협력 MOU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경쟁자’였던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략적 공조에 나섰다. 미국의 고율 철강 관세와 보호무역 장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례적 협력이다. 양사는 미국 루이지애나에 약 8조 5000억원 규모의 제철소를 공동 건설하고, 이차전지 소재 분야까지 손잡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함께 대응한다.
이번 협력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완결형 현지화 전략’이 글로벌 철강 전쟁 한복판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 첫 사례로 평가된다.
21일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대표이사 사장)과 한석원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부사장) 등 양사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게 골자다.
우선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그룹이 현대차그룹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 형태로 동참한다.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는 총 58억 달러(약 8조 5000억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이 공장은 연간 270만톤(t)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번 합작을 통해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 심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을 높였다. 2018년부터 적용받던 연간 263만t 규모의 대미 수출 무관세 쿼터도 폐지했다. 이에 포스코는 미국 현지에 직접 생산거점을 마련함으로써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고, 현대제철은 투자 부담을 분담하면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게 됐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 관계였던 두 기업이 손을 잡은 것은 산업계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며 “글로벌 공급과잉, 탄소중립 전환, 미국의 보호무역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합작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 후 강조해온 ‘완결형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장 회장은 고성장·고수익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포스코의 철강사업 입지를 확대하고자 현지 생산-가공-판매까지 이어지는 일관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31일 창립 57주년을 맞아 한 기념사에서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고수익 지역에서의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은 제철소 합작투자를 통해 미국과 멕시코 지역에 소재를 원활히 공급함으로써 유연한 글로벌 생산 및 판매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포스코는 현재 멕시코 자동차강판 공장을 비롯해 북미 지역에 다수의 철강가공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완성차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번 합작 제철소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 미국 내 현대차그룹 주요 생산 거점과도 직접 연결돼 있어 원활한 공급망 구축이 가능하다.
양 그룹은 철강뿐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포스코는 리튬, 양·음극재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간 326만대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글로벌 전동화 리더십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 원소재 협력, 차세대 소재 개발 등 포괄적 협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통상압박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도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등 그룹 사업 전반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포스코그룹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 및 전동화 리더십 확보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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