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에도 경북산불 진화 역부족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경남과 경북 지역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28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32명으로 총 6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9시 기준 청송군에서 사망자가 1명 추가 확인돼 전체 사망자 수가 28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3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중상은 8명, 경상 24명이다.
지역별로 경북에서 사망 24명·중상 3명·경상 18명이 발생했다. 경남에선 사망 4명·중상 5명·경상 4명 등 13명으로, 울산에선 경상 2명이다.
중·대형 산불은 총 11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주택, 공장, 창고 등 불에 탄 시설물은 2639개소에 달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325개소)보다 무려 2300개소가 더 소실된 것이다.
피해는 경북지역이 2556개소로 가장 컸고 경남지역(72개소), 울산(11개소) 순으로 이어졌다.
산림 피해 면적은 서울 면적(6만㏊)의 62%에 해당하는 3만 8665.6㏊로, 2000년 동해안 산불(2만 3794㏊)의 피해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이재민은 3만 7826명에 달했다.
이 중 전날 산불이 시작된 무주를 포함해 7곳에서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해, 옥천, 언양, 온양 등 4곳에선 진화가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화율은 산청·하동 81%, 의성 62%, 안동 62%, 영덕 55%, 영양 60%, 청송 80%, 무주 95%이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산불로 3만 7826여명의 주민이 인근 체육관,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이후 귀가자를 제외하면 8536명이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 이재민은 경북지역 3만 553명, 울산지역 5250명, 경남지역 1908명, 전남지역 115명 순으로 많았다.
산불로 인해 집을 떠난 주민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3만 782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536명은 아직 집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시설물 피해도 늘어 주택, 공장, 창고, 사찰, 문화재 등 2639곳이 피해를 봤다.
소방당국은 진화헬기 112대, 진화인력 8750명을 총동원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산불 대응 중대본 6차 회의를 열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이번 산불을 통해 또다시 체험하고 있다”며 “산불 발생 지역은 평균 대비 절반 수준의 강수량과 이례적인 강풍으로 산불의 확산세가 매우 빨라지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사망자와 중상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신속한 대피가 어렵거나 대피명령에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우선 대피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로 민간이나 공공기관의 숙박시설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산불 관련 심리 지원도 병행한다.
이러한 가운데 전북 무주군 부남면 일대에서 일어난 산불은 발생 하루만에 큰 불이 잡혔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지난 26일 오후 9시22분께 무주군 부남면 일대에 발생한 불이 24시간 38분 만인 27일 오후 10시께 진화됐다고 밝혔다.
무주 산불은 무주군 부남면의 한 주택에서 시작된 불이 주택 뒤켠의 야산으로 비화되며 산불로 번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화재감식에서는 주택 내 저온창고에서 발생한 누전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번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은 약 20㏊(20만㎢)로 추정됐다. 다행히 산불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1동과 농막 1채가 소실됐고, 인근 마을주민 130여명이 마련된 대피 장소로 몸을 옮겼다.
경북 5개 시·군을 휩쓸고 있는 의성 산불의 경우 단비가 내렸음에도 주불이 진화되지 않았다.
산림 당국은 이날 진화 헬기 78대와 인력 5천149명, 장비 760대 등을 산불 현장 곳곳에 분산 배치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산불 엿새 만에 처음으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 비 예보가 나왔지만, 오후 들어 의성 일부 지역에서 1㎜가량 내리는 데 그쳤다. 다만 산불 확산이나 다른 지역으로의 비산화 등 위험은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28일 역시 오전 중 산불 현장에 또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진화 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일몰과 함께 야간 대응 체재로 전환했으며, 인력 3천700명, 진화 장비 651대를 투입해 야간 진화작업을 펼친다.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변 잔불을 정리하고, 안동 시내 방면으로 불이 근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청송지역에서는 주왕산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한 인력을 투입하고, 광범위한 산불 피해가 진행 중인 영덕에는 산불 재난 특수진화대 8개 팀을 배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