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피해, 3만 6000㏊ 달해
여의도 면적의 124배 휩쓸어
인명피해 57명… ‘사망 27명’

육군이 경북 산불 진화 지원작전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육군 치누크 헬기가 경북 의성군 안계면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육군이 경북 산불 진화 지원작전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육군 치누크 헬기가 경북 의성군 안계면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경상권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27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를 포함한 인명피해가 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27일 오후 2시 기준). 경북, 경남, 울산, 충북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10건의 중·대형 산불이 빠르게 번지며 이번 사태는 사상 최악의 산불 재난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경북 영덕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됐던 산불감시원 A(69)씨가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전날 밤 진화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도로에서 불길에 휘말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7명, 중상 8명, 경상 22명 등 총 57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가운데 각 지역 주민은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9명 등이다. 이 외에도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서 활동하던 진화대원 4명과 경북 의성에서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조종사 1명이 포함돼 전체 사망자는 27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산림청이 보유한 통계 기준으로, 이전까지 가장 많은 산불 사망자를 기록했던 1989년(26명)을 넘어선 수치다. 1995년에는 25명, 1993년·1996년·1997년에는 각각 24명이 숨진 바 있다.

진화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진화가 진행 중인 7곳의 상황은 ▲경남 산청·하동 77% ▲경북 의성 54% ▲안동 52% ▲영덕 10% ▲영양 18% ▲청송 77% ▲울산 울주 온양 76%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과 청송을 거쳐 영양, 영덕으로 번지면서 피해 범위가 전국 10개 지역, 총 3만 6009㏊(헥타르)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3만 5810㏊에서는 불길이 잡히지 않아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여의도(290㏊)의 약 124배에 달하며,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의 피해 면적(2만 3794㏊)을 1만㏊ 이상 이미 넘은 상태다.

산림당국은 이날 헬기 121대와 인력 9021명을 동원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했지만 강풍과 건조한 기후 탓에 쉽게 불길을 잡지 못했다. 의성 산불은 영덕과 영양 방면으로 빠르게 확산했고, 안동 산불은 한때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이날 오전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인근 4㎞ 지점까지 접근해 불안감을 키웠다. 산청 산불은 하동으로 넘어가면서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를 넘어서까지 번졌고 피해가 확산했다.

이한경 중대본 차장(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산불이 시속 8~10㎞ 정도의 속도로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우리는 이번 산불을 통해 또다시 체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고기동 행안부 장관 대행에게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재민 구호와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산불이 진정될 때까지 경북 지역에 상주하며 관련 작업을 총괄 지휘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는 “이재민 가운데 요양병원 환자분들을 포함해 고령자가 많아 걱정”이라며 “이재민 건강과 안전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고, 산불 진화 인력과 자원봉사자들도 탈진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가동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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