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4년 아와미 연맹 정부가 시민 시위로 무너진 이후 방글라데시 정치판은 큰 혼란 속에 빠졌다. 과도정부 아래에서 국민은 빠른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청년 정당이 출범하는 등 정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과도정부는 올해 안에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방글라데시 매체 라이징bd의 뉴스 에디터인 입눌 카얌 소니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현지 민심과 정치 상황을 전했다.

 

15년 집권 아와미 축출되자

방글라 정치판 큰 혼란 빠져

 

패권 밀려난 여당 세력 수모

청년 정당 등 신생 정당 출범

 

국민은 빠른 총선 실시 원해

정당보다 후보자에 더 큰 비중

 

BNP·자마아트이슬라미 선두

구 정치세력과 신생 정당 대결

 

입눌 카얌 소니(Ibnul Qayum Sony), Assistant News Editor & National Desk In-charge. risingbd.com, Bangladesh ⓒ천지일보
입눌 카얌 소니(Ibnul Qayum Sony), Assistant News Editor & National Desk In-charge. risingbd.com, Bangladesh ⓒ천지일보

2024년 8월 5일,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벌어진 학생들과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속에서, 15년간 집권해온 아와미 연맹 정부가 붕괴됐다. 당의 지도자이자 전 총리인 셰이크 하시나는 이웃 나라 인도로 피신했다. 당의 핵심 지도자들 중 다수는 국외로 도피했고 일부는 체포됐으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극심한 곤경에 빠졌다.

아와미 연맹 지지자들과 당원들에게 닥친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주택이 불타거나 사업장이 약탈당하고 체포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다른 야당 세력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도도 거의 매일같이 이어진다. 과거에 그들이 가했던 억압이 이제는 그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많은 이들이 야당으로 전향하려 애쓰고 있다. 일부는 성공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이들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과거를 잊고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패권에서 밀려난 세력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여전히 국가 기관 곳곳에 숨어 주요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시류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발언을 조절하며 바람의 방향에 따라 처신하고 있다. 나라의 상황이 어디로 향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10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반차별 운동 학생들과 방글라데시 국민당 활동가들이 아와미 연맹 지지자를 공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4년 11월 10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반차별 운동 학생들과 방글라데시 국민당 활동가들이 아와미 연맹 지지자를 공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너무 많은 고문, 산으로 가는 배

정치 정부 없이 국가를 운영하려는 시도는 “요리사가 많으면 스프를 망친다(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각기 다른 조언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며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이미 일부 고문들에게는 부패, 불법적 이익 추구, 패배한 권력층의 복권 시도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아와미 연맹은 작년 논란이 많은 선거를 통해 마지막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무너졌다. 그 후에는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하시나 정권이 붕괴한 이후 방글라데시 국민은 지속적으로 선거를 요구해왔으며 정부는 결국 압력에 못 이겨 선거 실시를 약속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인비전 컨설팅 방글라데시’는 방글라데시의 선거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자유사고와 개혁을 표방하는 플랫폼 ‘개혁을 위한 목소리’가 협력했으며 방글라데시 선거의 향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방글라데시 국민은 선거가 빨리 치러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새로운 청년 정당인 ‘국민시민당(NCP)’이 출범했다. 나히드 이슬람이 당의 대표로 악타르 호사인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이틀 전인 2월 26일, 국민시민위원회의 전 최고 조직위원 사르지스 알람은 약 20만명 규모의 대중집회를 통해 새 정당 출범과 지도부 발표를 예고했다.

하지만 행사 취재에 나선 여러 기자들과 조직위원들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 모인 군중은 기대보다 적었다. 그럼에도 다카의 마닉 미아 애비뉴에는 상당한 인파가 모였고 국민시민당의 공식 출범을 지켜봤다.

국민이 이 신생 정당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정치적 역량 역시 아직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이들을 경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동시에 국민은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 자마아트이슬라미, 자티야당, 방글라데시 사회당(BSD), 노동당, 공산당(CPB), 자샤드 또는 고노포럼 등 좌파 정당들의 활동에도 다소 실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시점에서 BNP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은 마치 이미 국가 권력을 장악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은 일반 대중을 자극하고 있다. 그들은 아와미 연맹의 전철을 밟아 토지 강탈, 약탈, 갈취, 폭력, 억압 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다가오는 선거에서 아와미 연맹과 연합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사고 있다.

국민은 평화를 원한다. 그들은 폭력, 살인, 강간을 원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 국민은 본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또한 국민은 적정한 물가, 일자리 창출, 실업률 감소, 질 높은 직업 중심 교육,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등교육, 적절한 의료 서비스, 사회 안전망, 그리고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원하고 있다.

2024년 8월 5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 소식을 접한 반정부 시위대가 방글라데시 의회 밖에서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4년 8월 5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 소식을 접한 반정부 시위대가 방글라데시 의회 밖에서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존재감 없던 종교 정당까지 재등장

아와미 연맹의 15년 장기 집권 동안 BNP와 자마아트이슬라미는 사실상 정치적 주변부로 밀려났다. 자티야당은 보여주기식 야당으로 전락했고 좌파 정당들 역시 아와미 연맹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교 정당들은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5일 이후 모든 정치 세력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BNP와 자마아트이슬라미는 재도약을 시작했고, 이슬라미 안돌란, 헤파자트이슬람 같은 종교 정당들도 다시 등장했다. 국민은 이들이 향후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

인비전 컨설팅 방글라데시는 방글라데시 국민의 선거 의식을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64개 선거구에서 잠재 유권자 1만 6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55.1%는 물가 상승 억제에 있어 과도정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42.33%는 일부 충족, 2.62%는 기대가 충족됐다고 답했다. 치안 개선에 대해서는 58.2%가 기대에 부응, 40.33%는 일부 부응, 1.4%는 완전 부응이라고 응답했다.

취업 상황과 관련해 74.21%는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24.34%는 일부 충족, 1.2%는 완전 충족이라고 응답했다. 6개월간 갈취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41%, 감소했다는 29.8%, 이전과 비슷하다는 답은 17.8%, 응답하지 않은 사람은 11.4%였다.

유권자들은 경제 안정, 치안 향상, 고용 기회 확대, 정부 서비스의 투명성, 부패 근절 등을 주요 관심사로 꼽았다. 71%는 물가 상승 억제를, 52%는 치안 개선을 정부의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유권자 40%는 고용 확대, 33%는 정부 부문 부패 근절, 22%는 부패 수사 촉구, 21%는 공공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19%는 기업 인프라 구축을 요구했다.

정부는 선거 시기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압박 속에서 점차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고 있다. 무함마드 유누스 수석 자문위원은 선거를 오는 6월 또는 12월에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1.6%는 6월 이전 선거를, 26.5%는 12월까지 선거를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도심 유권자의 23.95%, 농촌 유권자의 34.41%가 6월 이전 선거를 희망했다.

지지 정당을 밝힌 유권자 중 41.7%는 BNP, 31.6%는 자마아트이슬라미, 13.9%는 아와미 연맹, 5.1%는 신생 청년 정당, 7.6%는 기타 정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BNP는 바리살(31.66%), 치타공(47.82%), 다카(44.71%), 미멘싱(44.71%), 라지샤히(42.68%), 실렛(51.02%) 등의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자마아트이슬라미는 쿨나(46.32%), 랑푸르(44.91%)에서 우세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선거에서 BNP가 선두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자마아트이슬라미가 주요 야당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때 두 정당은 동맹 관계이기도 했다. 신생 NCP는 치타공 지역에서 7.35%의 지지를 얻었으며 전문가들은 후보자 명단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NCP는 선거 전까지 정당을 재정비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정당보다는 후보자에게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21%는 정당 중심 투표를, 38.1%는 후보자를 기준으로 투표한다고 밝혔다. 풀뿌리 정치, 종교 정치, 7월 항쟁과 관련된 이념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6.6%는 풀뿌리 정치, 20.5%는 종교 정치, 16.4%는 7월 항쟁 관련 이념을 중시한다고 답했다.

2024년 8월 5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시위대가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을 축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4년 8월 5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시위대가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을 축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총선 실시 시기는 불확실

흥미롭게도 최근 반(反)아와미 연맹 운동에서는 모든 정당이 연합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각자 정치 전략을 따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BNP는 처음부터 즉각적인 총선 실시를 요구해왔고 자마아트이슬라미는 개혁이 끝난 후 ‘합리적인 시점’의 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다른 정당들은 이 둘의 요구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갈라지고 있다.

또한 제헌의회 선거가 먼저 치러질 경우 국가 선거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선거위원회는 지방선거가 실시될 경우 국가 총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회, 헌법제정의회, 지방선거 중 어느 것이 먼저 치러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제 방글라데시 국민은 어떤 이념과 정당이 자신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향후 집권 세력은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국제적 음모, 허위 비난, 다양한 문제 해결, 경제·무역 관계 수립 등의 과제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국민은 기존의 이념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청년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새로운 방글라데시가 나아갈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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