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와 방글라데시 관계가 삐걱대고 있다. 작년 8월 대학생 시위 유혈진압 후 축출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인도로 도피하면서다. 인도의 지원을 받던 그는 지금 인도 수도 뉴델리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발생한 인도 내 방글라데시 공관 공격과 국기 모독 사건은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시위와 국가적 단결 촉구로 이어졌다.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인 라이징bd(risingbd)의 수석 편집장 입눌 카얌 소니는 관계 회복을 위해 양국 간 대화와 국민 교류가 시급하지만 현재의 갈등이 지속되면 협력보다 적대감이 깊어질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축출된 하시나와 印 정부 우호
하시나 망명 후 양국 관계 악화
인도 내 방글라 공관 공격에
방글라 수도서 反인도 시위도
반감 속 양국 협력 단절 우려
국가·국민 간 대화 회복해야

1971년 12월 인도는 방글라데시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전쟁에 직접 참전해 방글라데시의 승리를 앞당겼다. 약 50년이 지난 2024년 12월, 인도 내 방글라데시 영사관이 공격을 받고 국기가 불태워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 아가르탈라에 있는 방글라데시 고등판무관 공관이 공격당하고 모독당하자 방글라데시는 인도에 강력히 항의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과도정부 최고 고문(총리격) 무함마드 유누스는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정당인 아와미 연맹을 포함한 모든 정당, 종교, 학생 단체와 하나가 되자며 국가적 단결을 촉구했다. 무함마드 최고 고문과의 회동에서 그들은 방글라데시의 존엄성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단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와미 연맹 정부의 15년 임기 동안 전례 없이 최고조에 달했던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관계는 지난 8월 5일 하시나 전 총리가 축출된 이후 쇠퇴하고 있다. 경제 및 상업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비자 제한이 시행됐다. 특히 대중 정서가 크게 악화됐다.
그렇다면 방글라데시에 대한 인도의 태도가 우호에서 적대감으로 갑작스럽게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인도-방글라데시 관계의 긴장은 인도 정부가 축출된 하시나 전 총리의 망명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인도의 집권 여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의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방글라데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주 주총리인 마마타 바네르지는 방글라데시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것을 촉구했다. 그의 성명은 많은 논쟁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도 언론이 방글라데시에 대해 근거 없는 부정적인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방글라데시 정치에서 반인도 정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조장됐으며 현재 특정 정당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양국 간 긴장은 인도 트리푸라에서 발생한 방글라데시 고등판무관 사무소 공격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 이후 방글라데시의 모든 정당과 정부는 단결해 국가 통합을 선언했다. 아와미 연맹을 제외한 두 주요 정당의 지도자들은 두 국가와 그 국민 간의 우정을 원한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방글라데시는 반(反)인도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인도의 7개 자매 주를 겨냥한 성명서와 위협이 SNS에 유포돼 인도 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OP 진달 글로벌 대학교의 스리라다 두트 교수는 “인도의 관점에서 볼 때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실험적인 정부며 헌법적으로 위임된 것이 아니다”라며 과도정부에 대한 인도의 관점을 설명했다.
다만 인도는 쿠데타를 주도한 학생 지도자들과 방글라데시 최고위층이 보내는 메시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관계의 성격에 대해서도 염려한다. 현 정부 들어 파키스탄 화물선이 두 차례나 방글라데시에 입항한 사실이 이러한 걱정을 더 부추겼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와 관계를 정상화함에 따라 방글라데시 영토를 통해 반인도 활동을 시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인도 언론은 방글라데시 소수 민족 박해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지난 8월 5일 정부 붕괴 직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됐다. 하시나 전 정부가 무너진 후, 인도 언론은 방글라데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여러 차례 보도했다. 특히 힌두교도에 대한 공격과 잔혹 행위에 대한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널리 퍼졌다.
여기에 방글라데시 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대한 공격은 광범위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수도 다카에서는 여러 정당과 단체가 이에 대한 별도의 시위를 조직했다. 전국시민위원회는 샤바그 광장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중앙 샤히드 미나르까지 행진했다. 이 조직은 대규모 봉기의 배후에 있던 민주 학생 세력이 해체된 후에 결성됐다.
이 조직의 사무총장은 인도를 비판하며 “거의 2천명을 살해한 하시나는 인도에 피난처를 마련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와의 관계가 이런 국면을 맞고 있다”며 “우리는 이 상황에서 안정을 원하며 인도가 하시나를 방글라데시로 돌려보내길 원한다. 그리고 인도와의 모든 협정이 재검토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아와미 연맹 정부는 국경 살인과 물 공유와 같은 문제에 대해 인도에 굴종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복종이나 지배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방글라데시는 인도와의 적대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는 인도와의 동등한 우정을 원한다.

◆“양국 국민 부정적 관계 최고조”
방글라데시에서 인도의 반응은 종종 과장됐다고 여겨진다. 방글라데시는 인도 국민과 정부가 방글라데시를 인식하는 방식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다카 주재 외교관과 대사들에게 공식적으로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도-방글라데시 긴장의 가장 우려되는 측면은 두 나라 국민 간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외교관인 후마윤 카비르는 인도 주재 방글라데시 고등판무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 국민 간의 부정적인 관계 상태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카비르는 이번 사건과 그에 따른 방글라데시에서의 시위가 국민 대 국민 차원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로 풀뿌리 수준에서 양측의 적대감이 커지고 있는 듯하다”며 “새로운 차원의 대중 불안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인도인들이 방글라데시인들의 호텔 숙박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에서 인도인들이 방글라데시에 항의하거나 입국을 시도하고 있으며, 물품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우려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도는 방글라데시인에게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인도가 방글라데시의 현재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생겼다. 많은 사람이 치료를 위해 인도로 여행할 수 없게 됐고 따라서 비자 정지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8월 5일 이후 인도와 방글라데시 간의 대화 공간이 좁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정부 간 및 국민 간 접촉이 중단됐다. 따라서 이러한 접촉을 재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관계가 점차 정상화될 것이다.
우리에게 평화로운 환경이 필요한 만큼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방글라데시와 관련된 안보, 비즈니스, 무역,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인 문제도 얽혔다. 방글라데시가 이 모든 분야에서 인도와 협력하지 않는다면 인도에 새로운 복잡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방글라데시 외무 고문 투히드 호세인은 “지난 5일(공관 사건 발생일)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 이후의 관계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 현실을 인정한다. 문제를 인정하면 해결책을 찾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각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인도와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우호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관계가 개선될까, 아니면 더 악화될까. 양국의 일반 시민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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