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5.01.08.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5.01.08.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글로벌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열풍이 온라인을 넘어 ‘피지컬(물리적) AI’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다. 연구개발(R&D) 투자나 자회사와의 협업뿐 아니라 인력 재배치에도 나서고 있는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삼성리서치를 포함한 유관 부서 인력 40여명을 미래로봇추진단에 투입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로봇 플랫폼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신설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으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로봇 기술 개발과 향후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로봇의 원천 기술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미래로봇추진단 단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창립 멤버인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맡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이 지난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으로, 2족 보행 로봇, 4족 보행 로봇, 협동로봇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휴보’. (출처: 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4.12.31.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휴보’. (출처: 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4.12.31.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휴머노이드 계획이 빨라질 것 같다”며 “우리도 투자해서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업체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일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기업결합도 승인받으면서 삼성의 휴머노이드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제품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홈 AI 컴패니언(친구) 로봇 ‘볼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볼리는 AI를 기반으로 사용자 생활패턴을 학습해 일정 관리, 가전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시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발표한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내 최대 60조 달러(약 8경 6622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조주완 LG전자 CEO가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 LG전자) ⓒ천지일보 2025.01.09.
조주완 LG전자 CEO가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 LG전자) ⓒ천지일보 2025.01.09.

LG전자도 ‘가사 해방’을 목표로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로봇선행연구소가 휴머노이드 선행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5에서 “로봇은 확실한 미래”라며 “가사 휴머노이드 로봇 혹은 로봇화된 가전 등의 콘셉트를 가지고 홈 영역에서의 로봇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훈 LG전자 CTO는 “가사 해방의 최종은 가사 휴머노이드”라며 “엔비디아가 내놓은 코스모스로 인해 휴머노이드 개발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상업용 로봇 사업 역량도 키우고 있다. 지난해 3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고 현재 최종 자회사 편입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상업용·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후에나 가정용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해야 할 집안일의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거주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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