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분양 8807가구… 준공 후는 2674가구 ‘전국 TOP’
고분양가·금리 부담에 구축·전월세 선호…신규 아파트 외면
건설사들 ‘미분양 공포’ 확산… 정부에 DSR·세제 완화 요청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부산·대구·울산·경남 등 영남권에서는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7000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전체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미분양 적체가 건설·부동산 시장 불황을 심화하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대구·부산 미분양 급증 ‘역대 최대’
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8807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674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전체 악성 미분양(2만 1480가구)의 12%에 해당한다.
부산의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886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월 1744가구를 넘어선 수치로,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경남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5347가구에 이르렀으며, 준공 후 미분양도 1775가구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울산은 준공 후 미분양이 1021가구로 소폭 감소했지만, 전체 미분양 아파트는 한 달 새 52.4% 증가하며 4131가구에 달했다.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건설사들의 재정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 창출이 어렵고, 미분양 물량을 자체 보유하면서 중과세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이는 일부 건설사의 부도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구축·전월세 선호↑… 공급 과잉 우려
부산의 경우 지난해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357만원으로 기존 아파트 매매시세(1403만원)보다 954만원 높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아파트나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울산에서도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인구 유입이 예상되지만, 정작 새 아파트 분양보다는 전월세 선호가 뚜렷하다.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도 집값 하락 가능성을 우려해 분양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울산에서는 1만 7천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미분양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입주한 아파트가 약 5천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으며, 전월세 시장에는 수요가 몰리는 반면 신규 분양은 극도로 침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DSR 완화·세제 감면 등 추가 지원책 요구
건설·부동산업계는 정부에 미분양 해소를 위한 ‘금융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할인 분양 등을 통해 미분양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분양 주택 취득자에 대한 세제 감면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등 실질적인 유동성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해 빠르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단계별 이행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이번 대책은 가계대출 규제를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로 확대하고 대출 기준을 담보·보증력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이 적용된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가 많은 대출은 내년 DSR 규제 강화 시에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10.26](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2/3231640_3286896_73.jpg)
국회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SR 규제가 완화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분양 물량을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매입해 임대로 운영한 뒤 시장 회복 시 매각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법인 취득세를 기존 12%(중과세율)에서 1~3%(기본세율)로 낮추고, 취득 후 5년 동안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미분양 물량을 청년·신혼부부 대상 장기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 미분양 주택에 대한 추가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정책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