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허가 족쇄 풀리자 집주인 매물 거둬…호가 수천만원씩 상승
재건축 제외, 전세 물량 증가 기대…전월세 시장 안정화 효과 가능성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이 1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심의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5.2.12. (출처: 연합뉴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이 1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심의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5.2.12.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내 아파트 291곳이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다. 이에 따라 매수·매도 제한이 사라지면서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은 규제가 유지된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승인했다. 조정안은 13일 공고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구청장의 허가 없이 주택·상가·토지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으며, 실거주 의무도 사라진다. 이에 따라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도 가능해지면서 투자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재건축 단지 14곳 제외… 압·여·목·성도 규제 유지

이번 조정에서 국제교류복합지구 내 305개 아파트 중 291곳이 규제에서 풀렸지만, 재건축이 진행 중인 14개 단지는 제외됐다. 서울시는 해당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에서 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규제를 유지했다.

규제가 유지되는 단지는 ▲대치동 개포우성1·2차, 선경, 미도, 쌍용1·2차, 은마아파트 ▲삼성동 진흥아파트 ▲청담동 현대1차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우성1~4차,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이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중에서도 조합설립 인가를 마친 6곳(중구 신당동, 중랑구 면목동, 양천구 신정동, 강서구 방화동, 강동구 천호동, 강북구 미아동)은 해제됐다. 서울시는 앞으로 오는 2027년까지 조합설립 인가 여부에 따라 59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단계적으로 해제할 방침이다.

반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구역(4.58㎢)과 공공재개발 지역 34곳, 투기과열지구 내 신통기획 대상지 14곳은 이번에도 규제가 유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합리하게 과도하게 묶였던 지역을 조정한 것으로, 투기 우려가 없는 지역에서는 주민 생활 불편 해소 차원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해제한 것”이라며 “해제된 지역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재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은 13일 공고 후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시는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은 13일 공고 후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출처: 연합뉴스)

◆시장은 매물 회수·호가 상승 조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후 강남권에서는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상승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잠실 리센츠·엘스·트리지움 아파트를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해제 결정 이후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3000만~4000만원씩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팔려고 했던 집주인들도 매도를 보류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며칠 내에 더 확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이미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114㎡)는 올해 초 52억 9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를 경신했다. 송파구 리센츠(전용 124㎡)도 지난해 12월 37억 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37억원에 손바뀜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 상승했으며, 송파구(0.13%)와 서초구(0.06%)는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해제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면서도, 시장 전반의 침체를 고려할 때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규제 해제로 인해 전월세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갭투자가 늘어나면 전세 물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면서다.

서울시는 이번 해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과 가격 변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거래 발생 시 재지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에 규제가 유지된 국제교류복합지구 내 14개 단지 및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일대는 기존 지정 기한이 오는 6월과 4월까지 유지되며, 연장 여부는 별도 절차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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