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동안 사막에서 헤매다 마실 물 찾은 것 같다”
2시간45분 발효 지연… 이스라엘 극우 강경파 반발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자지구 주민들. (출처: 연합뉴스)
집으로 돌아가는 가자지구 주민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되자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한 지 15개월 만이다. 양측은 6주(42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는 휴전 발효 이후 첫 한 시간 동안 주민들이 축포를 쏘는가 하면 아이들도 거리로 나와 뛰어다니며 휴전을 기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주민들은 축하의 의미로 자동차 경적을 울렸고, 전쟁으로 사망한 친척의 무덤을 방문하려는 사람들과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데이르 알발라에서 1년 넘게 피난 생활을 해온 한 여성은 휴전 소감으로 “15개월 동안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침내 마실 물을 찾은 것 같다”며 “죽음과 굶주림의 악몽은 끝났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건너가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APC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건너가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APC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와 달리 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 피해가 극심해 마냥 축하할 때가 아니라는 주민도 있었다.

한 주민은 “(고향 파괴 정도가) 끔찍하다”며 “우리는 깊은 고통에 빠져 있다. 서로를 껴안고 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휴전을 축하하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남부 칸 유니스에서 차를 타고 주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지나가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자 휴전안 승인 권고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 (출처: 연합뉴스)
가자 휴전안 승인 권고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 (출처: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당초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 30분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석방할 인질 명단 전달 문제로 2시간 45분 지연 발효됐다.

양측은 우여곡절 끝에 인질 귀환과 병력 철수 계획을 3단계로 설정한 이번 휴전 합의안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날 발효 지연 사례에 비춰 향후 합의 이행 과정에서도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크다.

휴전안 타결은 이스라엘 극우 강경파의 반발을 불렀다. 강경파들은 하마스 궤멸이라는 전쟁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 한 휴전은 없다며 병력 철수를 내용으로 하는 휴전 2단계에 반대하고 있다.

급기야 극우 강경파 장관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휴전 승인 결정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벤그비르 장관이 대표로 있는 정당 ‘유대인의 힘’은 연정에서 탈퇴했다.

이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우익·극우 연정의 의석수는 68석에서 62석으로 줄었다. 민족종교당-종교시온주의당 역시 휴전 2단계에 반대하고 있어 연정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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