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1단계 휴전이 19일 오전(현지시간) 발효되면서 하마스에 의해 납치됐던 이스라엘 인질 3명이 471일 만에 석방된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오후 20~30대 여성 인질 3명을 석방하겠다고 이스라엘 측에 통보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납치된 이들로 확인됐다.
로미 고넨(24)은 하마스가 노바 음악축제에서 364명을 살해했던 당일 납치됐다. 무용수 겸 안무가였던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차량으로 탈출을 시도하던 중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이후 차량은 빈 채로 발견됐고, 고넨의 휴대전화 신호는 가자지구에서 포착됐다.
28세의 에밀리 다마리는 이스라엘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납치됐다. 이스라엘과 영국 이중국적자인 그녀는 납치 당시 손과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고 알려졌다. 다마리는 영국에서 성장했으며, 런던 연고의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토트넘 홋스퍼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졌다.

동물병원 간호사인 도론 스테인브레처(31)는 같은 크파르아자 키부츠에서 끌려갔다. 이스라엘과 루마니아 이중국적자인 그녀는 하마스 기습 당시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 사실을 알렸다. 이후 올해 1월 하마스는 그녀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4시 이후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가자지구에서 이들 인질 3명을 인수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곧바로 국경지대 군시설로 이동해 건강검진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져 가족과 재회할 예정이다.
이번 인질 석방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수감자 90명을 이스라엘로부터 넘겨받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양측은 휴전 기간 인질 3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94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남아 있으며, 이 중 34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휴전 직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는 축포가 울리고, 주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기쁨을 나눴다. 외신에 따르면 1년 넘게 피난 생활을 해온 한 여성은 “긴 악몽이 끝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기쁨보다 깊은 슬픔과 고통이 크다”고 말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휴전 발효는 하마스 측이 이스라엘에 석방 인질 명단을 전달하면서 2시간 45분 지연됐으나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실행됐다. 이번 합의에는 인질 석방과 병력 철수를 포함한 단계적 휴전 계획이 담겼지만 향후 이행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