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기부채납 활성화·투자자 참여 여부가 관건
광역 기반시설 조기 설치로 주민 불편 해소 기대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여금을 활용한 자금 유동화 방식을 본격 도입한다. 이는 재건축 조합이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상하수도, 광역도로, 환승센터 등 기반시설을 미리 설치하는 구조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공공기여금 산정 및 운영 가이드라인’에 유동화 방식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기반시설 조성 속도를 높이고 주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내년 말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서 첫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여금 유동화는 지자체가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확보한 자금은 기반시설 설치에 투입되며, 재건축 조합이 준공 검사 신청 전까지 납부하는 공공기여금을 통해 발행 대금을 상환한다.
국토부는 이 방식을 통해 지자체 재정 부담을 줄이고, 대규모 민간 자금을 유치해 인프라 조성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별정비구역당 약 1000억원 내외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존 방식보다 신속한 기반시설 확충을 가능하게 한다.
1기 신도시는 재건축에 따라 가구 수와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상하수도, 도로, 환승센터 같은 기반시설 확충이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공공기여금을 받아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유동화 방식 도입으로 설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지방채 발행 대신 공공기여금 유동화를 선택한 것도 주요한 변화다. 지방채 발행은 지자체 부채로 잡히는 데다 발행 한도가 있어 자금 조달이 제한적이었지만, 유동화 방식은 지자체 재정 상황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대규모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2023년 11월 서울시가 4609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없는 상황에서는 기반시설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이 이번 정책 도입의 배경이 됐다.

공공기여금 유동화가 성공하려면 재건축 조합의 현금 기부채납이 활성화돼야 한다. 현재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에서는 토지, 임대주택, 기반시설, 현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기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대지 지분이 포함된 건축물이나 토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땅값 상승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자산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역시 충분한 기반시설이 갖춰진 경우에만 현금 기부채납을 받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기반시설이 이미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일반 재건축·재개발 지역과 달리 현금 기부채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투자자 유치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수익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이는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만약 수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필요한 기반시설이 확보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자체의 전문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유동화 방식은 복잡한 금융 기법이 포함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가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여금을 유동화해 조기에 기반시설을 확충하려는 이번 시도는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공공성과 민간 자본의 수익성을 조화시키며,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