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 명동성당 인근 가보니
인파로 ‘북적’ 대부분 2030 젊은이
“셀카 찍고 연인과 파티하며 보낼것”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성탄 구유 조형물이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성탄 구유 조형물이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2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성탄 시즌 온 국민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서울 중구 명동.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부터 명동거리를 지나 그 심장부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으로 이어지는  200m 구간을 성탄 전날인 24일 찾았다. 줄지어 늘어선 카페와 식당, 각종 화장품샵들 사이로 20대 전후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기지 않았다. 

자유롭게 길거리 음식을 즐긴 이들의 발걸음은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삼삼오오 모여 성당 앞 설치된 대형 트리와 LED 장미로 꾸며진 정원에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왔다”는 김모(24, 여)씨는 “크리스마스에 명동성당은 꼭 와야 하는 곳”라면서도 “성탄 의미에 대해서는 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날 명동성당 인근에서 만난 젊은이들에게선 성탄에 대한 기념이나 의미보다는 성탄절을 낭만적 축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는 바로 호텔이다. 명동 인근 한 숙박업소에 들어가 사장에게 “방이 있냐”고 물었더니 “진작에 마감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1년 중에서도 가장 큰 대목”이라며 “인근 호텔도 마찬가지로 방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처럼 명동 인근부터 서울 시내 유명 호텔은 24일과 25일 객실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였다. 

또 젊은이들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은 트리와 파티다. 소셜미디어에 들어가 보니 연인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거나 집 안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한 사진 수십장이 쏟아졌다.

명동거리에서 만난 한 커플에게 크리스마스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최모(21, 남)씨는 “오전에는 명동성당을 구경하고 같이 사진도 찍은 다음에 신촌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여자친구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파티룸’을 빌려놨다”고 말했다. 여자친구 임모(21, 여)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오락도 하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서로 편지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24.

명동성당에는 젊은이들도 많았지만, 천주교 신자들도 있었다. 신자들의 입에선 공통적으로 크리스마스가 유흥을 즐기는 날로 변질된 것 같다는 속마음이 나왔다.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김모(56, 남)씨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그저 ‘쉬는 날’일 뿐”이라며 “우리 아이들만 보더라도 모두 친구를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 크리스마스라고 먹고 마시고 하면 아마 밤 늦게 들어올 것”이라고 털어놨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의미를 되새기며 축하하는 성탄절이지만, 많은 젊은이들에게 ‘예수 탄생’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상업적 문화가 더 주목받으며 종교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인 미국 역시 이전만큼 크리스마스에 종교적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설문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017년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탄절에서 종교적 의미가 예전보다 덜 강조되고 있다”는 비중이 56%에 달했다. 이렇게 대답한 이들 중 약 45%는 “그래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거의 비슷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30%였다. “예전보다 종교적 의미가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고 말한 이들은 12%에 그쳤다. 

문화선교연구원장 백광훈 목사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기고를 통해 “교회부터 잃어버린 성탄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급속하게 팽창한 경제 규모에 따른 상업화와 소비중심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교회에서 성탄절을 경험하지 않고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과 빛나는 상품을 보면서 성탄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며 “아기 예수님과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보내기보다는, 성탄절을 의례적인 교회 행사의 날 정도로 여기고 세속의 분주함과 소란한 분위기에 휩쓸려 별 감흥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셔서 구원하시기 위해 아기 예수를 보내주셨다.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라며 “성탄절은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선물을 나눠야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탄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모든 것이 소비의 대상이 되는 모습들을 보며 유감과 비판을 넘어 예수 성탄의 의미를 나누는 대안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눅 2:14)’라고 예수님 탄생을 찬양한 천사들의 노래처럼 성탄의 의미를 따라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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