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국내 시총 144조 증발
원/딜러 환율 1439원으로 급증
소상공인 연말 특수 실종 직격
“부가세 인하·만기 재연장 필요”

[천지일보=김누리, 김현진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대외신뢰도가 추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기업활동·고용시장 위축, 내수 부진 등을 고려했을 때 예전과 같은 안정을 되찾기 위해선 적지 않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내 저성장 기조가 어느 정도 굳어지고, 비상계엄으로 인한 내수 위축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정부 지원책을 꾸준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서울=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428.16)보다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61.33)보다 34.32포인트(5.19%) 하락한 627.01,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19.2원)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2182_3262626_5925.jpg)
◆비상계엄에 ‘천문학적’ 경제손실 발생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전반에 드리웠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아직 한숨 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대내외 환경에서 46년 만에 비상계엄이 내려지면서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선 주식시장이 흔들렸다. 지난 4일 이후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44조원 넘게 증발했다. 코스피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의 시총 이상이 날아간 것이다.
계엄 선포 직전인 3일 2046조원에 달하던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은 9일 194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가 17일 2010조원에 겨우 가까워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도 344조원에서 315조원으로 30조원 가까이 급감했다가 17일 347조원을 기록하며 낙폭을 회복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개인투자자들 역시 투매 양상으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도 크게 상승했다. 미국 대선 이전인 지난 10월 130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최근 1439.70원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한편, 차량으로 출·퇴근을 하는 서민들이 기름값 상승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당국이 물량 공세에 나선 만큼,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 9천만 달러로, 올해 들어서만 47억 6천만 달러 줄었다. 올 상반기 원화 가치 하락 방어를 위해 투입된 자금이 크게 불어나면서 외화비상금이 빠르게 줄어든 탓이다. 현재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화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알 수 없으나,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4일을 기준으로 외환당국이 10억 달러 넘게 달러를 매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산·원전 등 수출에도 차질이 생겼다. 올해 폴란드와 체결할 예정이었던 9조원 규모 K2 전차 수출계약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투명해졌고, 체코가 한수원과 진행하기로 했던 24조원 규모의 원전 계약도 한때 일시 보류되는 등 내년 3월 본계약을 앞두고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경기침체에 계엄까지 내수 직격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불안한 소비심리 탓에 내수 경기도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여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해외 단체 여행객이 급증하고 불안한 소비심리로 시민들이 지갑 문을 닫으면서다.
실제로 소상공인 10명 중 9명가량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88.4%가 지난 3일 계엄 사태 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6%는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다.
연합회는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소상공인이 송년 특수 실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매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4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천지일보 2024.11.08.](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2182_3262634_510.jpg)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우도 절반에 가까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505명(외식업 248명, 숙박업 257명)을 대상으로 10~12일 긴급 현황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 정치 상황 불확실성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비율은 46.9%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외식업(52.4%)이 숙박업(41.6%)보다 피해 사례가 많았고 매출액이 적을수록 피해 경험 비중이 높았다. 현재까지는 피해가 없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우도 46.6%에 달했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유통사를 포함한 내수 기업들의 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내년 소매유통 부문 전망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소비 여력 감소 등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소매유통업의 실적 저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일회계법인도 내년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민간 소비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추세를 큰 폭으로 이탈했다”며 “잠재 성장력 둔화와 가계부채, 고령화 등으로 가계 소비 여력이 줄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여·야와 적극 협력해 민생 경제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금융·외환시장 등 큰 틀에서 점차 안정화되고 있지만 골목상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과 적극 협력하여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내년도 예산안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되도록 재정당국에 예산 배정을 마무리해 달라”며 “서민 생계 부담 완화,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첨단산업 육성 등 미래 경제 활력 확산을 위해 마련된 예산이 속도감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불확실성 제거·자영업자 지원 정책 필요”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속히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고, 중소기업·자영업자를 도울 정책을 펼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탄핵에 관련한 찬반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탄핵이 기각될 경우 앞으로 한국경제는 계속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안 그래도 법인세가 높고 4차 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은 나라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일이 있었던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여당과 야당이 손을 맞잡고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천지일보 2024.11.08.](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2182_3262644_816.jpg)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정도는 주식시장에서 시총이 많이 빠졌으나 최근 들어 원상회복되는 모습”이라며 “지금까지는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문제는 정국 혼란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을 치르기까지 과정에서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교수는 또 “현재 기업활동과 고용시장이 계속 나쁘다”며 “정부가 지금까지 사용했던 정책이나 지원금으로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살지 못하는 만큼 한시적으로 3년 정도만이라도 부가가치세를 5~10%p 낮춰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4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천지일보 2024.11.08.](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2182_3262646_940.jpg)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이번 비상계엄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줘서 실제 소비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당국의 구두개입이나 직접 개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연구실장은 “현재 기업활동이나 고용시장이 위축돼 있는데 정부가 지금은 정치 불확실성 때문에 정책적으로는 손 쓸 여력이 없다”며 “정국이 안정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고,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한 번 더 연장해야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조금 강화되는 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상법 개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또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신속하게 현 혼란스러운 상황을 종료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저성장 기조가 어느 정도 고착화되는 모습이라서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책을 꾸준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