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법 개정 방향 발표
이번 주 내 개정안 국회 제출
김병환 “상법 부작용 해소와
실효적 주주 보호 둘 다 가능”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정부가 여당과 함께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 합병이나 분할 시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는 구상인데, 상법개정을 주장하는 야당과도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반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발표, 개정안을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이사회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100만개가 넘는 모든 회사를 대상으로 한 상법 대신 2400여개 상장법인 대상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4년 전 LG화학은 주주 반대에도 배터리 사업을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리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에서는 두산밥캣 주주에 손해를 끼치는 방식이 논란이 되며 두산은 개편안을 수정하기도 했다.
이에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또 의도한 규제 효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 오늘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합병·분할 등 4가지 행위에 한정해 적용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주요 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 규정된 4가지 행위를 하는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된다. 이를 위해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특히 금융위는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 가액 산정기준을 없애 주식가격, 자산가치 등으로 산정된 가치로 결정하도록 하는 한편, 모든 합병, 기업 분할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와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물적 분할 이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공모 신주를 20% 범위에서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에게 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이사회 의견서 작성 및 공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의 행동 규범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또 비계열사 간 합병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 합병에서도 가액 산정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합병 가액 산정 시에는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가액을 결정하도록 하되 원칙적으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물적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는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자회사 기업공개(IPO) 주식의 최대 20%를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정부는 거래소 세칙 개정을 통해 물적 분할 후 자회사에 대한 상장심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무제한으로 늘리고, 영업양도 및 현물출자 등 다양한 기업 분할 방식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의 질적 심사를 적용할 예정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상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다만 이재명 당 대표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여지를 남기면서 정부 여당안을 두고 국회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 발표를 통해 “일반 주주 보호 원칙과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해 의원입법으로 이번 주 이른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어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안으로서 더욱 집중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