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81분간 만났다. 지난달 추석 연휴 직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지 한 달 만이다. 회동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차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회동이 끝난 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여사 관련 의혹 상황 설명 및 해소, 특별감찰관 설치, 여야의정협의체 조속 출범 필요성’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모처럼 함께한 자리에서는 한 대표가 주로 얘기하고 대통령은 경청했다고 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요청한 이야기는 대부분 이미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것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던 이야기를 전할 거라면 굳이 대통령 독대까지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지만 한 대표의 요구안에 대통령실은 구체적 대답은 없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자리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민심 수습의 필요성만 공유한 셈이 됐다.

회동이 있기 전부터 양측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한남동 라인 경질’ 요구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 권한”이라고 못박았고 제2부속실 설치는 대통령실에서 이미 추진 중인 사안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민심 수습 방안을 놓고 서로의 인식 차이가 커서 이번 회동으로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재 윤석열 정부를 향한 야당의 파상 공세는 점차 수위를 높여만 간다. 야당은 여러 독소조항이 담긴 특검법안을 계속 발의하고, 행안부 장관, 방통위원장 탄핵도 밀어붙였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자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을 겁박하고, 수사 지휘권이 없어 책임도 없는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국회 각종 상임위는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증인채택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검찰청 대신 기소청을 만들어 검찰 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려고 한다. 모두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국회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대통령 부부가 얽힌 공천개입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불씨가 어디로 튀길지 모른다.

검찰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여론도 크게 악화돼 가고 있다.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인사들은 야당의 공세에 맞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실을 공격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조속히 당정 관계 회복과 함께 민심 수습에 나서야 한다. 이번 만남에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자주 만나 국정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 떨어진 당정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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