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리는 오히려 올려 9∼10월 매매 거래량 반토막
대출 어려워 신규 전세 급감… “아파트값 약 조정 국면 진입”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셋값이 2400만원을 넘어섰다. 8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 가격은 24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에 비해 176만원 오른 것으로, 지난 2022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평당 2400만원을 웃돌았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천지일보 2024.08.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셋값이 2400만원을 넘어섰다. 8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 가격은 24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에 비해 176만원 오른 것으로, 지난 2022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평당 2400만원을 웃돌았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천지일보 2024.08.08.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주택 시장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매매 거래는 급감했고 전세 수요도 예년보다 줄면서다. 현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가을 이사철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가 -0.47%를 기록해 올해 1월부터 이어진 8개월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9월 들어 빠르게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8987건으로, 2020년 7월(1만 1170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9월은 신고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현재 2730건에 그쳤다.

이는 7월은 물론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줄기 시작한 8월(6288건)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10월 거래량도 현재까지 722건 신고에 그쳐 거래 침체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돈줄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돼 대출 한도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지만, 특히 시중은행이 1주택 이상 보유자 대출을 제한하면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DSR은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로 금융기관이 대출 한도를 정할 때 참고하는 지표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살 때 대출 없이 사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은행에서 올해는 담보대출이 어렵다며 내년에 보자고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돈줄이 막히면서 매수자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지만 매수 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하 이후 최근 열흘간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더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면서다.

반면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총 8만 6934건으로, 지난 11일(8만 5019건) 기준금리 인하 이후 2.2% 증가했다. 전국 시도 중 매물 증가 폭이 가장 크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8월 말(8만 545건)과 비교하면 7.9% 늘어 전남(8.2%)에 이어 증가 폭이 두 번째로 컸다.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에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4.10.09. (출처: 뉴시스)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에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4.10.09. (출처: 뉴시스)

한편 시중은행의 돈줄 죄기는 전세시장으로 불똥이 튀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늘었고 1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대출 창구가 막혀 전세를 갈아타기가 어려워지면서다.

현지 중개업사들은 “가을 이사철이 무색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추석 이후 가을 이사 수요와 겨울 신학기 수요가 움직여야 할 시기에 신규 전세 거래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거래가 줄면서 시장에는 전월세 물건이 쌓이고 있다. 아실 집계 결과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총 4만 9099건으로, 5만 건에 육박했다. 불과 보름 전(4만 3842건)보다 11.9% 늘어난 것으로 전국에서 매물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1∼2년 전 전세 사기 사태를 촉발한 역전세난이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거래는 안 돼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집값도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량이나 실거래가 전망지수 등 시장 선행지표를 볼 때 작년과 비슷하게 시장 흐름이 꺾이고 있다”며 “시장이 침체하면 서울 강북 등 외곽 지역부터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단기적으로 서울은 약한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택 공급 부족 이슈는 여전하고 앞으로 금리 인하 효과도 있어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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