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이상 고가매물 낙찰 ‘급감’
DSR2단계 여파… 매수세 위축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 대출 규제 이후 경매시장도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넉 달 만에 상승세를 멈췄고 유찰 물건도 잇따르며 경매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금융당국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당분간 경매시장의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4년 9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2933건으로 전월 3168건 대비 7.4% 감소했다. 낙찰률은 36.7%로 전달 42.8%보다 6.1%p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5.6%로 전월 47.3%보다 1.7%p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94.3%를 기록하며 전달 95.5%보다 1.2%p 낮아졌다. 이는 주택시장의 중요한 선행 지표로, 낙찰가율이 높으면 경매에 참여하는 응찰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평균 응찰자 수는 6.6명으로 전달보다 0.4명 줄며 참여 열기가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외 지역에서 낙찰가율 100%를 초과하는 고가 낙찰 비중이 크게 줄었다. 외곽 지역 아파트 시장도 약세로 돌아서며 경매지표 전반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률은 41.9%로 전달 43.3%보다 1.4%p 하락했다. 특히 평택 등 수도권 외곽에서는 매물 적체가 심각해지고 있다. 낙찰가율은 89.6%로 전달 90.2%보다 0.6%p 떨어졌고 응찰자 수는 9.1명으로 10개월 만에 처음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34.0%로 전달 42.5% 대비 8.5%p 급락했다. 전세 사기 피해주택 수십 채가 다시 경매로 나오며 낙찰률 하락을 부추긴 영향이 컸다. 반면 낙찰가율은 82.1%로 전달 80.8%보다 1.3%p 상승했다.
지방 5대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과 울산의 낙찰가율이 상승했다. 부산은 전달 73.7%보다 7.5%p 상승한 81.2%를 기록하며 3월 이후 처음으로 80%를 돌파했다. 울산도 85.8%로 전달 81.7% 대비 4.1%p 상승했다. 반면 광주는 81.3%로 전달 84.2%보다 2.9%p 하락했고 대전 82.6%, 대구 82.4%는 각각 1.2%p, 0.5% 떨어졌다.
경매시장 냉각은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시행한 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대출금리에 추가 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는 1.2%p의 가산금리가, 제2금융권 대출에는 0.75%p의 가산금리가붙는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다”며 “특히 강남 3구 외 지역에서는 낙찰가율 100%를 넘는 고가 낙찰이 확연히 줄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