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과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2월 2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광복·분단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토론회 ‘통일의 길, 한국여성 독립운동’에서 심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심옥주 소장)

할아버지께 들어온 말씀 계기
사람들에게 들은 증언 바탕으로
여성독립운동가 연구 10년째
해외 여성독립운동에도 관심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암살’은 누적 관객수 127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작 7위에 올랐다. 특히 영화 속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을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주목받기도 했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남성에 비해 유관순 여사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사가 드물다. 그렇다고 여성의 독립운동 참여가 없었던가. 아니다. 독립에 대한 갈망은 남녀가 없었다. 여성들도 남성처럼 무기를 들고 일제에 맞섰으며,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하고, 가정을 돌보며 함께 싸웠다. 이름자 하나 남지 않았지만 후손들에게 독립된 조국을 물려주고자 저고리를 피로 적셔 가며 싸운 여성독립운동가가 있었기에 우리 후손들이 현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을 기억하자며 10여년간 연구를 지속해온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 소장은 기록이 많이 남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 연구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 일일이 증언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해오고 있었다. 항상 자신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국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는 심 소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역시 이 시대의 여성운동가처럼 느껴졌다.

다음은 심 소장과의 일문일답.

― 여성독립운동가 연구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여성독립운동을 연구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관심이나 지원, 참여가 활발하진 않았다. 다만 누군가는 연구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되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할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통해 일제강점기 당시 당했던 수모와 조선의 상황에 대해 들으며 자랐다. “독립운동가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렇게 들어온 말씀이 독립운동가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됐다.

특히 내게 여성독립운동가 연구는 학문의 방향을 바꾸고자 했던 시기에 찾아온 보물과도 같았다. 10여년 전 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를 내려놓고 한의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른손 마비로 한의학마저 접고 고시원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즈음 우연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병 지도자인 ‘윤희순 의사’에 대한 방송을 접하게 됐다. 당시 ‘여성독립운동의 정신적 바탕은 무엇인가’를 고심하던 시기였다. 방송을 보고 ‘아, 바로 이거다! 여성독립운동도 의병정신에서 뿌리를 두고 시작됐구나’라는 답을 얻게 됐다. 그 길로 부산을 떠나 강원도를 찾았다. 그때 윤 의사의 행적을 쫒으면서 많은 분을 만났고, 여성독립운동가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 남성과 달리 여성독립운동가의 활동에서 구분되는 점이나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여성독립운동가의 경우 단독 활동을 했던 인물도 있었지만, 유교 집안 여성으로서 가정 살림을 책임지며 활동을 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녀 양육부터 독립활동 뒷바라지, 독립운동의 일선에 나서면서 강인한 인물로 변해갔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남성과 같이 독립의 일선에 서서 한목소리를 냈다. ‘독립’ 앞에서 민족은 오롯이 하나가 됐다. 뒷바라지를 하는 조력자로, 정신적 지주로 자리하며 독립운동가들을 보듬어 안았던 그들은 어머니였고 여전사였다.

여성독립운동가의 활동은 3.1운동뿐만 아니라 여성의병활동, 국내외 항일활동의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금책, 정보전달, 무장투쟁, 광복군 활동을 넘어서 중국과 러시아, 미주지역에서 활약한 구국운동가였다.

― 광복·분단 70주년에 대한 심중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이하면서 보내 주신 관심에 감사하다.

다양한 활동과 세미나, 강연, 영화, 뮤지컬 등으로 깊은 관심을 받는 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문화의 힘이 역사의 깊이를 소통하게 한다’는 점이다.

통일을 위해 통합을 일궈야 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 속 통합의 정신적 밑바탕은 남녀노소 함께 했던 독립운동에 있다. 또한 여성독립운동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정신을 갖고 있다. 통일을 준비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정립해나가기 위해 여성독립운동 사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 독립운동가에 대한 후손들의 태도나 인식에 대해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기억하는 것은 역사의 되새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의 기록과 역사의 소리를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기억하는 것은 후손의 자긍심은 물론 우리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독립운동가의 경우, 발굴도 한계가 있지만 관련한 네트워크 구축이 안 돼 있다. 많은 사람이 민족적 자긍심, 애국심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초중등 과정에서 올바른 역사인식과 교육이 필요하다.

이번에 한국보훈학회 학술상을 수상하면서 부족하지만 청소년의 나라사랑교육에 일조하는 역할을 하며 역사를 올곧게 기억하는 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조들의 행적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자세이며 우리가 되새겨야 할 역사의 기억이다.

―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나 자신만의 비전은.

국내 여성독립운동의 맥락이 정리되면 해외 여성독립운동 연구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해외의 경우, 안타깝게도 증언을 들려주실 수 있는 분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나셨고 관련 자료를 찾는 것도 국내보다 순탄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역사이기에 돌담을 쌓는 마음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그 한걸음이 통합, 통일, 재도약의 역사를 일구는 하나의 점이 된다면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시간과 기억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은 기억. 그것은 우리의 역사다. 소중한 우리 역사지만 여성독립운동은 관심이 많은 분야가 아니므로 그들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러 이유로 ‘역사의 기억’을 외면한다면, 우리의 아이들, 후세대에 힘든 책임을 넘기는 것과도 같다. 여성독립운동은 ‘한국어머니의 역사’를 찾는 것이자 ‘한국여성의 나라사랑정신’을 기억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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