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붉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역사문제는 정치권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왜 이렇게 역사교육과 역사문제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된 것일까?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는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자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근간이다. 그렇기에 모든 국가들은 역사문제에 민감하고 역사바로세우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일본과 부딪치는 ‘독도문제’에서부터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문제’, 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산가족찾기자료’ ‘난징대학살’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부각되는 역사문제는 주변국가와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또한 각국의 대립과 갈등을 보면서 역사는 한 시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시대의 창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것은 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정치권과 교육계,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역사교과서문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한 세대를 넘어서서 다음세대에 전달되어야 할 우리 선조들의 숨결이 담겨 있다. 이런 정치적 이슈를 제쳐두고서라도 교과서는 상징성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지금의 역사교과서는 시대의 흐름과 사건을 담아내기에도 벅차고,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의 깊이를 읽어내기는 더욱 힘들다. 입시제도 속에 역사교과서에 담긴 본연의 의미는 도외시된 채 말이다. 예를 들면 3.1만세운동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의 활동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는 부족하다. 아우네 장터에서 만세시위를 한 여학생 유관순의 존재는 3.1절과 함께 늘 등장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그 외의 활약은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관순(1902.11.17~1920.9.28)은 충남 천안군 동면에서 부친 유중권(柳重權)과 모친 이소제(李少悌) 사이의 3남 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선비 집안에서 성장한 유관순이 3.1만세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된 것은 애국계몽운동의 일선에 있었던 부친과 ‘의(義)’에 무게를 두었던 집안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었고, 잠재되었던 여성구국의식을 이끌었던 기독교 및 선교사의 영향도 컸다. 유관순의 일생에서 중요한 인연의 교차점은 ‘지령리 예배당’이었다. 신앙생활을 했던 유관순이 일요일 찾았던 예배당과 순회전도차 찾은 공주선교부 책임자 샤프의 부인 ‘사애리시’ 선교사와의 만남은 유관순의 인생의 중요한 교차점이었다.
유관순이 공주 영명여학교에서 수학하고 이화학당 보통과 3학년 편입할 당시 추천인이었던 사애리시와의 인연은 3.1만세운동의 현장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화학당에서 ‘나라사랑실천’에 목소리를 높였던 박인덕 교사와 유관순의 인연은 유관순을 애국심으로 가득한 여전사, ‘유관순 열사’의 등장으로 이끌었다.
3.1운동의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여학생의 등장과 활동은 큰 변화 중 하나였다. 만세시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은 비밀결사대를 조직해 활동했는데, 유관순도 이화학당 내 조직된 비밀결사대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대의 책임을 통감했던 투철한 애국심의 소유자 유관순이 여성독립운동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유관순은 이화학당의 만세시위에 섰고, 고향에 귀향해 천안의 아우내 장터의 시위에 앞장섰다. 전국에서 가장 격렬했던 ‘아우네장터’ 만세시위현장의 주도자, 만세운동의 정당성을 법정에서 피력하며 법정 모독죄가 부가된 시위자, 옥중만세운동을 선도하며 쉼 없이 만세를 외쳤던 여성, 유관순은 방광과 복막이 파열되는 심한 고문과 병고 끝에 순사했다.
역사에는 꽃다운 여학생이 애국심을 향해 목숨을 던졌던 순수한 구국의지가 담겨있다. 정치적 대립이 아닌 선조들의 숨결, 지켜내고 찾고자 했던 조국의 염원 그리고 시대의식을 담고 있는 시대의 그릇이다. 그 의미를 교과서 밖의 여성독립운동가 유관순의 애국심에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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