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아리랑’ 노랫소리가 들리면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 언제부터 불리어졌는지 모르지만 국내외에 전승되면서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시켰던 노래. 그것은 한민족을 지탱해준 또 다른 힘의 선율이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행사가 개최되었다. 광복절을 전후로 영화, 연극, 시화전, 세미나, 플래시몹 등 ‘광복’과 ‘독립’을 주제로 행사가 진행되면서 온 국민은 ‘광복 문화’의 향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지난 8월 26일 통영에서는 여성가족부 주최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행사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외 여성리더를 초청한 자리에 올해는 이례적으로 광복 70주년 특별세션 ‘여성독립운동가’가 마련되어 역사, 여성, 통일의 키워드를 공유하는 장이었다.

그 자리는 그동안 여성독립운동가의 무관심을 일축하듯이 음지에 있던 여성독립운동를 양지로 끌어올리며 역사의 기억을 공감했다. 토크 콘서트 형식의 자리에는 현재 생존해 있는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와 한국여성독립운동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 시 분야의 길을 걸어왔던 이윤옥 여사가 ‘독립’의 키워드 앞에서 섰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지향점에 있었던 세대를 넘어선 만남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176명의 여성과 그 가운데 서훈을 받은 13명의 애국지사들. 올해 추가된 17명의 서훈자를 포함한 266명의 여성독립운동가와 서훈을 받지 못한 2000여명의 여성독립운동가가 숨죽이고 있다는 것을….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266명은 여성의병 2명, 국내항일운동 63명, 3.1운동 85명, 학생운동 23명, 문화운동 1명, 의열투쟁 2명, 만주방면활동 13명, 노령방면활동 1명, 중국방면활동 16명, 임시정부활동 14명, 미주방면활동 17명 그리고 여성광복군활동 29명으로 시대의 경계를 넘어서서 활약한 한국의 어머니였다.

근래에 영화 ‘암살’이 개봉되면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드높다. ‘정말 여성들이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총을 들었을까’하는 의문부터 ‘우리나라의 여성독립운동가는 어떤 이들이 있었을까’에 이르기까지 다수가 여성독립운동가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 관심은 광복에 즈음하여 조명된 광복문화로 연결되었다. 그렇게 ‘광복’의 의미를 다시금 대중에게 되물었던 영화가 던진 파장은 매우 컸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또는 소홀히 다루었던 역사의 뒤안에 있었던 인물에 대해 조명하면서 광복 70주년은 새로운 의미를 찾았던 것 같다. 특히 역사 속 한국여성에 대한 이미지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이제까지 한국적 여성상을 단아한 이미지에 고정시켰다면 영화 ‘암살’로 한국여성을 진취적 신념의 소유자, 행동의 주체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여성의 애국심이 발휘된 독립활동의 행적을 통해서 ‘나라사랑’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었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광복 70주년, 역사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잊고 있었던 한국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그 파장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지금이다.

잊었던 역사의 기억 그리고 암울했던 시대의 아픔을 넘어섰던 한국여성의 행적을 가슴에 담고 역사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아리랑’의 울림과 그 파장을 온몸으로 느끼는 대한민국인, 바로 지금 우리는 다음세대에게 남겨주어야 할 ‘기억의 유산’을 찾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 (자료제공: 심옥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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