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 언론들 ‘교체·이후 시나리오·대타 하마평’ 등 보도 쏟아내
바이든 자진사퇴 생각 없어… 대안엔 해리스·휘트머·뉴섬 등 거론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후 주요 외신들이 ‘후보 사퇴 후 시나리오’를 내보내는가 하면, 그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온 언론들도 줄줄이 등을 돌렸다. 민주당 내 그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유력 일간지와 CNN 방송 등은 이번 주말 내내 토론으로 드러난 바이든 대통령의 취약점, 민주당의 후보 교체 가능성 등을 분석하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이 중에서도 NYT의 ‘바이든 후보 하차 요구’ 사설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사설과 별개로 NYT를 대표하는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도 이번 토론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글을 통해 그에게 후보를 사퇴하라고 간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애청자로 두고 있는 MSNBC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의 진행자 조 스카버러도 이날 “바이든을 사랑한다”면서도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진보 언론인 디 애틀랜틱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는 기사 6개를 게재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유권자인 응답자 60%가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에서 ‘확실히’ 또는 ‘아마도’ 교체돼야 한다고 답한 여론조사를 지난 28일 전했다.
이는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2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다. 반면 “바이든이 절대 교체돼선 안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21%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출마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우려를 달래는 대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을 더듬고, 종종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쳐다보는 표정을 보였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언론의 반응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보였던 우려되는 모습들이 누적돼왔다가 이번 토론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토론 후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민주당의 저명인사들로부터 대중의 지지 메시지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런 응원도 현재 민주당의 고위층과 백악관 내부에까지 퍼져 있는 공포를 진정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전망했다.

◆“과두 정치 바이든… 측근이 결단 내려야”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설 경우 대안에 주목시키고 있다.
이날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사석에서는 대통령을 설득해 사퇴하도록 해야 할지에 대해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그는 “문제는 누가 총대를 맬 것인가”라고 말했다.
CNN 등에 따르면 후보 교체는 바이든 본인이 자진사퇴 한다면 가능하다. 그를 대체할 민주당 후보 유력 주자로는 해리스 부통령과 뉴섬 주지사가 거론된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율이 낮고 뉴섬은 주지사 임기 동안 높은 세금, 급증하는 노숙자, 주택 비용 상승에 대한 비판을 받는 등의 취약점이 있다. 이외에도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재선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그의 측근 또는 저명한 원로 그룹이 사퇴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악시오스의 칼럼은 바이든 행정부가 질 바이든 여사와 그의 여동생, 소수의 고문들로 이뤄진 과두체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출마를 가능하게 한, 평생 충성했던 소수의 지지자들이 충격적이지만 ‘이제 그만둬야 할 때’라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