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중소기업 강국 코리아’는 창의와 혁신, 도전 정신으로 일하는 중소기업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중소기업 제품의 우수성을 소비자에게 소개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로 발돋움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본 특집은 각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합니다.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

‘재활용 과정’에 집중… “그린워싱 아닌 진정한 친환경 노려”

음식물처리기서 영감 얻어, 조개·관자 등 불순물 처리 달성

가능성 열린 굴 껍데기, 종패·화이트머드·화장품 등 탈바꿈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가 미생물 세척 중인 굴 껍데기를 점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가 미생물 세척 중인 굴 껍데기를 점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리사이클링(재활용)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기후 위기에서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기업들은 많이 있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찾아 새 제품을 만들면 낭비도 줄고 자원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화바이오는 해마다 수십만톤씩 버려지는 굴 껍데기를 재활용해 여러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세척 과정 전 단계의 굴 껍데기는 여러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가화바이오는 미생물 세척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열어줬고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다만 그게 끝은 아닙니다. ‘재활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쓰이는 에너지와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재활용이 새 제품 생산보다 낭비가 많다면 오히려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그린워싱’일뿐입니다. 결국 겉껍데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알맹이가 중요한 셈이지요.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는 ‘회사의 가치’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경남 통영에 있는 가화바이오는 해양폐기물인 굴 껍데기 리사이클링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미생물을 통한 굴 껍데기 세척 기술을 보유했고, 세척된 굴 껍데기를 화장품, 비료, 김·굴 양식용 종패(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조개)로 재가공하고 있다.

굴 껍데기는  주 성분은 탄산칼슘(90% 이상)으로 구성된다. 탄산칼슘은 양서류·파충류, 가금류 등의 칼슘사료나 비료, 플라스틱, 고무, 제지, 제약, 수처리,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통영은 우리나라 굴 생산의 70~80%를 차지하며 매년 30만톤 이상의 굴 껍데기가 발상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가 굴 껍데기 리사이클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가 굴 껍데기 리사이클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7.

◆ ‘처치 곤란’ 굴 껍데기, 이유는?

김 대표는 “석화 굴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굴은 알맹이보다 껍질이 훨씬 크다”며 “굴 양식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굴 껍데기가 발생하는 데 이를 일일이 세척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처치 곤란’이었다”고 설명했다.

굴 양식은 종패에 굴 포자를 심어 바다에서 키우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종패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종패 사이마다 굵은 플라스틱 코팅사(絲)로 잇는 작업을 한다. 이후 굴을 수확할 때 굴은 빼가고 굴 껍데기가 남게 된다.

문제는 굴 껍데기 사이사이 와이어를 분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바다에 심을 당시에는 종패와 와이어만 분리하면 됐지만 수확 시기가 되면 홍합이나 따개비, 관자, 해초 등 각종 불순물이 중간중간 끼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가 어렵다.

정부에서도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현재도 일부 업체가 600도 이상의 고열로 굴 껍데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제안해 진행하고 있다. 다만 고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가 많고, 그 과정에서 탄산칼슘이 분해돼 대량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미생물 세척 중인 굴 껍데기. ⓒ천지일보 2023.09.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미생물 세척 중인 굴 껍데기. ⓒ천지일보 2023.09.17.

◆“핵심은 세척”… 음식물 처리기서 힌트

김 대표는 “세척을 거치지 않은 굴 껍데기는 반쪽”이라며 “굴 껍데기의 가능성을 알게 된 후에는 해양폐기물을 재사용 가능 단계까지 세척하는 과정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남태평양의 팔라우 여행 중 굴 껍데기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팔라우에는 진흙처럼 가라앉은 산호 가루 때문에 바다가 우윳빛으로 보여 ‘밀키웨이’로 불리는 곳이 있다. 그는 밀키웨이에서 산호 가루를 팩처럼 바르는 등 여러 가지 체험을 했고, 이를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우리나라는 산호는 없지만 이와 비슷한 성분의 굴 껍데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굴 껍데기는 매년 수십만톤이 버려져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이후 김 대표는 국내에서 굴 껍데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처음 박신장(양식장에서 수확한 굴을 해체하는 곳)에 버려진 굴 껍데기를 봤을 때는 막막했다고 한다. 필요한 것은 ‘순수한’ 굴 껍데기였지만 불순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후 세척 과정을 거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미생물로 음식물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가 미생물 세척 중인 굴 껍데기를 점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김경옥 가화바이오 대표가 미생물 세척 중인 굴 껍데기를 점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7.

그는 화학 처리나 불로 가열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나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더 많기 때문에 자연 친화적인 방법을 찾았다. 이후 미생물로 음식물을 분해하는 기술을 적용했고, 굴 껍데기에 붙은 조개, 미더덕 등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미생물 배양에 성공하게 됐다.

이후에도 가화바이오는 박신장에서 가져온 굴 껍데기와 기타 조개, 와이어 등을 효율적으로 분해하기 위해 자체 설비를 도입했다. 현재는 작업 라인이 많지 않고, 수작업이 이뤄지지만 다음에는 규모를 키워 전 과정 자동화할 계획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세척 후 비로소 ‘가능성’ 열린 굴 껍데기

김 대표는 ‘세척 작업이 완료된 굴 껍데기’와 관련해 “가능성을 열어주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적용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가화바이오는 굴 껍데기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세척 과정을 거친 굴 껍데기. ⓒ천지일보 2023.09.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세척 과정을 거친 굴 껍데기. ⓒ천지일보 2023.09.17.

먼저는 김·굴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종묘용 종패다. 김 대표에 따르면 김이나 굴은 포자를 통해 번식하기 때문에 양식을 할 때도 종패가 필수적이다. 다만 국내에선 적합한 굴 껍데기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양식 후의 종패도 재활용하기 어려웠기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버려지는 굴 껍데기가 많은 만큼 이를 재활용할 경우 수입하는 데 드는 큰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척된 굴 껍데기를 가공한 ‘화이트 머드 축제’와 화장품 등도 있다. 화이트 머드란 세척된 굴 껍데기를 곱게 갈아 진흙처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굴 껍데기를 세척하는 과정은 미생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며 “보령머드축제를 벤치마킹해 지난달 경남 고성에서화이트 머드 축제를 시험 진행하기도 했고 내년에는 고성군과 협의해 규모를 더 키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굴 껍데기 분말을 활용한 클렌징폼 등 화장품도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굴 껍데기 분말을 활용한 화장품. ⓒ천지일보 2023.09.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굴 껍데기 분말을 활용한 화장품. ⓒ천지일보 2023.09.17.

심사위원장: 배선장 ISO국제심사원협회 사무총장
심사위원장: 배선장 ISO국제심사원협회 사무총장

[심사평] 심사위원장: 배선장 ISO국제심사원협회 사무총장

가화바이오는 국제표준 ISO9001과 14001 품질환경경영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양폐기물인 굴 껍데기를 재활용하는 재활용 전문업체입니다.

김경옥 대표는 임직원과 함께 버려진 굴 껍데기를 세척하는 전 공정을 다시 설계하고, 미생물 세척 기법을 접목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자연 친화적 재활용 기법을 구현했습니다. 또한 폐 굴 껍데기에 붙은 조개, 미더덕 등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미생물 배양에도 성공했습니다. 

가화바이오는 그간 처치 곤란했던 폐 굴 껍데기를 재활용을 통해 화장품, 비료, 김 또는 굴 양식용 종패, 칼슘사료나 비료, 플라스틱, 고무, 제지, 제약, 수처리, 건축 등 다양한 분야뿐 아니라 화이트 머드 축제에도 사용하고 있어 지속성장이 기대됩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