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본사주지협의회 성토… “불교가 10년 후퇴할 수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계 내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총리 지명을 두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최근 신흥사 설법전에서 열린 39차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은 “황 총리후보자는 종교적으로 (편향이) 심각한 사람이다. 대통령이 일부러 그런 거 같다”며 “우리가 불이익을 받는다 해도 한번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혓다. 스님은 교구본사주협의회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중 이같이 말했다.

호성스님은 황 총리후보자에 대해 “편협된 종교관·정치관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제, 경제하면서 잘 먹게 해주겠다는데 뭐가 불만이냐는 식이다. OECD 국가 중 국민행복지수가 꼴찌다”면서 정부 정책도 비판했다. 새누리당에 대해선 “젊은이들 20%만이 지지하는 집권당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호성스님은 또 “낙단보 마애불은 4대강 공사 도중 발견돼 당시 국토부가 향후 종교시설로 이용될 수 있도록 약속했었다”며 “그러나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종교시설의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현 정부의 편협한 종교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불교계도 과감히 사회 혁신하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부처님과 역사·문화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교구본사주지협 회장 우송스님은 “낙단보 마애불이 수난을 당하고 있어 고운사 주지스님이 분심이 나서 하시는 말씀”이라며 “25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계시다는 거 잊지 마시라”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총무원 내에서도 편향된 종교관을 지닌 후보자라는 평가와 함께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총무원의 한 고위 소임자는 “종교편향이 강한 인물이 총리가 되면 불교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후퇴를 가져온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또 다른 고위소임자는 “총무원이 나설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여러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교계 시민개혁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종교적으로 편향된 국가권력은 필연적으로 국민화합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은 편향된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미치는 정신적·사회적 해악을 통찰하고 이번 황 총리 후보자의 지명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