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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보도 없이 사용한 부품 ‘단가 후려치기’
부품값 떼인 대리점 항의에도 ‘나 몰라라’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현대해상의 ‘묻지 마, 갑(甲)질’에 힘없는 자동차부품 대리점들이 속수무책 피해를 입고 있다. 1년이 넘도록 청구한 부품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실만 불어나는 중이다.

김포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해성(가명) 대표는 2013년 12월부터 영문도 모른 채 현대해상에 부품 값을 떼였다. 현대해상에 가입된 사고 차량의 수리에 사용된 부품대금을 청구하면, 부품가격에서 5%를 삭감한 금액만 지급하고 있는 것.

막무가내로 진행된 현대해상의 ‘단가 후려치기’에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현재까지도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개선은커녕 ‘용납하기 싫으면 정비소와 직접 거래’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이씨만이 아니었다. 김포 주변에서 영업을 하는 부품 대리점들을 확인한 결과 다른 대리점들에도 동일하게 횡포를 부리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차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정비소(공업사)의 공임과 수리에 사용한 부품 구매비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정비소와 부품 대리점은 각각의 비용을 손해사정보험사에 청구해 대금을 받는다.

과거에는 정비소가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은 후 부품 구매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품 대리점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정비업체의 대금 지연, 어음결제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게다가 ‘갑’인 정비소의 요구로 부품업체는 5~10% 수준의 대금 할인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자금 흐름이 불안정해지자 부품 대리점은 보험사에 도움을 청했고, 1990년대부터 보험사가 대리점에 부품대금을 직접 지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갑질을 하던 정비소와 동일하게 ‘5~10% 할인 적용’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당시 대금을 제때 받는 게 더 중요했던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사의 요구를 수용했다. 계약서는 없었다. 이후 암묵적인 ‘갑을 관계’가 시작됐다.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부품 배송에 들어가는 유류비, 인건비에 5~10% 할인까지 유지되면서 어려움은 더 커졌다. 대리점들은 대금 삭감의 부당함을 건의하며 개선을 요구했고, 요구가 관철되면서 최근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할인 적용률을 0%에 가깝게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해상만 유일하게 2013년 말부터 이런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게 부품업체들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다른 보험사들은 대리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지급가격을 정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해상은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5% 삭감에 반발하는 대리점을 짓밟기 위해 정비소에 ‘해당 업체와 거래하지 말라’는 압력까지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송태경(가명) 대표는 “인면수심의 현대해상은 대리점 고혈을 빨아들인 덕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10%나 증가했다”며 “부당하게 체결된 과거의 관행을 무기삼아 마구 휘두르는 현대해상을 제재할 법조차 없는 현실이 비참하다”고 개탄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문제일 뿐”이라며 “협의 없이 진행한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관례상 부품대금을 100% 지급해줄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임의 삭감한 금액에 대해서도 “보상해줄 수 없다”는 형식적인 답만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대해상의 거래 관행을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거래상 갑의 위치에 있는 보험사의 일방적인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지라도 ‘상도’에서 벗어나는 행위”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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