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석 폐지로 이중고 겪는 카페·음식점
갈 곳 없어 길거리로 나앉게 된 흡연자들
“담배 연기로 숨 막힌다”는 비흡연자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5년 1월 1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지정된 흡연구역에서는 흡연만 가능합니다.’
28일 찾은 거대 쇼핑도시 서울시 중구 명동의 한 카페 안 흡연실에 붙어 있는 문구다. 해당 건물은 3층으로, 건물 전체가 프렌차이즈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3층 테라스 쪽에 흡연실이 있다. 흡연실에는 손님이 피고 간 담배꽁초가 테이블 위 재떨이에 놓여 있다. 원래 3층 전체를 흡연실로 이용해왔지만 올해 들어 흡연실을 분리해놨다. 분리만 했을 뿐 내부에 다른 환기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들어갔을 때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손님들은 칸막이로 분리된 자리에서 음료를 마시다가 흡연실 안으로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나왔다. 1시간 정도 있어본 결과 손님들은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하며 흡연했다.
모든 음식점․카페․C방 등에 대한 금연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전에는 100㎡ 초과 매장에서만 부분적으로 행해졌으나 이 또한 전면 금지됐다. 단 카페에는 차단된 공간에 환기시설을 갖춘 뒤 재떨이를 제외한 의자나 테이블을 놓지 않은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사전에 우려했던 바와 같이 업주,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가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 업주들은 수백만 원을 들여 애써 설치한 흡연석이 무용지물이 되고, 손님들에게는 외면받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명동의 한 카페 업주는 “몇몇 프렌차이즈 카페는 흡연실을 설치했지만 우리 같이 개인 사업체는 설치할 여력이 안 된다”며 “흡연실 있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다. 없다고 말하면 다 나간다. 많은 손님을 놓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음주가 가능한 식당들은 매일 저녁마다 술에 취한 흡연자 때문에 골치다. 주점을 운영하는 김성남(가명, 48, 남)씨는 “저녁이 되면 담배를 피우려는 손님과 말리는 직원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진다”며 “아무 대책 없이 무조건 흡연석을 없애는 것은 답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금연 정책 시행 이후 손님이 너무 줄어, 매출도 줄었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갈 곳을 잃은 흡연자들은 추운 날씨에 길거리로 나왔다. 명동의 한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김은빈(20, 남, 서울시 서대문구)씨는 “날씨도 추운데 흡연석이 없어서 골목에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며 “흡연석을 다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정인(23, 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씨도 “길거리에서 피우면 눈치도 보이고 춥다”며 “제발 정책 시행할 때 제2, 3의 상황도 고려해서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금연구역 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 16일 네이트에서 1만 3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식당, 카페 등 금연구역 확대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인 56%(7381명)가 ‘대안 없는 통제(길거리 흡연 초래, 보완해야)’라고 답했다. 이어 ‘간접흡연 예방 효과적(국민 건강 증진 효과)’이라는 답이 43%(5644명), 기타가 1%(88명) 등 순으로 나왔다.
비흡연자들은 금연 구역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했다. 김지민(23, 여)씨는 “금연 구역을 확대한 이후 정말 길거리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며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식당이나 카페 문 바로 앞에서 피우고 들어오는데 냄새랑 연기가 식당 안까지 들어 온다. 길거리 걸을 때도 짜증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