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정책으로 실내 흡연이 금지되자 골목길과 회사 건물 뒤편이 흡연가들의 아지트가 됐다. 서울역 앞에 있는 흡연실 앞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역 앞 길거리 1시간 동안 350여 명 흡연
행인들 “담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 호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아우~ 담배 냄새.” 

6일 서울역 입구에서 한 시민이 담배 냄새를 맡고 ‘팍’ 인상을 찌푸리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담배 연기가 서울역 입구까지 가득했기 때문이다. 서울역에 있는 흡연부스 인근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의 담배 연기는 성인여성을 기준으로 25걸음까지 퍼졌다.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약 350여 명의 흡연자가 서울역 앞 길거리에서 흡연했다. 평균 1분당 6명이 흡연을 하고 자리를 떠난 것이다.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실내에서 흡연할 수 없게 돼 버리자 골목길과 회사 건물 뒤편은 흡연가들의 아지트가 됐다. 서울역 근방에도 흡연가의 아지트가 건물마다 있다. 건물에 직장이 있는 직장인들이 이 아지트에서 흡연한다.

시간대별로 흡연자의 수는 차이가 있지만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끊이지 않고 있었다. 특히 출근 후 잠깐 쉬는 시간대인 10시께, 점심 전후, 식곤증이 오는 오후 3시께, 퇴근 시간에 많았다.

이곳을 지나가는 애꿎은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을 했다. 특히 여성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비흡연자인 임지민(27, 여)씨는 “직장이 근방이라 이 부근을 자주 오가는데 간접흡연을 자주하게 돼 화가 난다”며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담배 냄새가 진동해서 항상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거냐”고 한탄했다.

김수빈(가명, 31, 여)씨는 “자녀가 아플 때마다 소화아동병원을 자주 이용하는데 담배 연기 때문에 오는 길이 매우 험난하다”며 “내가 간접흡연한 건 상관없지만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이 가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실제로 서울시민들 91%가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21~26일 시민 2853명을 대상으로 한 간접흡연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길거리나 버스정류소, 공원 등 실외 공공장소에서 간접흡연을 몇 번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10회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회 12.4%, 5회 10.8%, 7회 9.6% 등으로 집계됐다. ‘1주일 동안 간접흡연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8.9% 수준에 그쳤다.

‘실외’ 공공장소 가운데 간접흡연이 가장 빈번한 곳은 바로 ‘길거리’였다. ‘길거리에서 간접흡연이 가장 심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63.4%였으며, 17.3%는 건물 입구, 13.3%는 버스정류소라고 답했다.

특히 시민들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모든 공공장소에 대한 금연구역 확대에 대해 94.1%가 찬성표를 던지는 등 환영했다. 먼저 길거리(42.9%)와 스쿨존(22.2%)을 최우선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흡연자들도 “갈 곳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홍민석(가명, 32, 남)씨는 “정부나 언론은 흡연자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흡연자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며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필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서 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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