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소 금연클리닉 문제아로 찍힐까 못 가”
성인 위주 아닌 10대에 맞춘 금연정책 ‘필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김진구(가명, 18)군은 담뱃값이 올라 금연한 지 10일째다. 김군은 “기침도 많이 하고, 머리도 빠지는 것 같다. 또 키도 안 크는 것 같고, 가래나 침 뱉는 습관도 많아졌다”며 “무엇보다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금연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냥 끊으려고만 하니 담배생각이 간절하다. 그렇다고 금연클리닉에 가자니 부모님이나 학교에 흡연자임을 공개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성인 흡연자들은 금연 클리닉을 찾는 등 금연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10대 흡연자들은 금연하고 싶어도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어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제10차(2014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중·고 남학생은 한 달에 하루 이상 담배를 피운 학생은 14%다. 10년 전인 2005년 14.3%와 비교해서 거의 떨어지지 않은 수치다. 일각에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흡연자까지 더 하면 40% 정도로 수치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전국 각 지역 보건소 금연 클리닉은 담배를 끊으려는 성인 흡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클리닉을 찾아 프로그램에 따라 금연을 시도했다.
하지만 10대 흡연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건소 금연 클리닉에는 학교에서 적발돼 금연 확인증을 받아가야 하는 문제의 학생들이 주로 찾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는 금연 보조제 등도 지원되지 않는다.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는 “성인 신규 등록자는 많이 늘었지만 학생들은 그대로다. 대부분 학교에서 시행한 단속에 걸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곤 금연 클리닉을 통해 금연하려면 자신이 흡연자임을 학교와 부모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후 문제의 학생으로 낙인찍히거나 징계받을 것이 두려워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중2 때부터 흡연했다는 최수진(가명, 17,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양은 “학교에서 저는 말 없는 얘, 조용한 얘로 알려져 있는데 담배를 핀다고 말하면 일진으로 오해할 게 뻔하다”며 “금연은 할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아예 금연하기보다는 전자담배를 이용하거나 금연보조제를 사려고 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 신분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석호(가명, 16,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군은 “질이 안 좋은 형들이랑 어울리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며 “담뱃값이 부담스러워 금연하려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있는데 그냥 하려니 너무 힘들어 전자담배를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청소년 흡연자들이 금연을 성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제도의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총장은 “금연 정책은 성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청소년들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흡연이 안 좋은 건 청소년들도 다 알고 있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 같이 피는 대상, 환경 등 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무총장은 “성인과 다르게 청소년들의 재흡연율이 높다. 담배를 피우던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는 등 환경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며 “외국에선 의료관계자가 약을 처방하는 등 금연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청소년 금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