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개 행정관의 일탈일까
청와대 행정관의 직무는 실로 막중하다. 청와대 내부의 주요 현안에 대한 핵심 실무역량이 곧 행정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에 근무할 정도의 능력이라면 이미 검증된 실력파 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무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근무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종환 전 행정관도 주변에서 나오는 소식을 종합해 보면 상당히 능력 있는 보좌관 출신이라는 것이 한결 같은 얘기이다. 청와대 업무를 최소한 바깥의 술자리에서 내뱉을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주 민감한 정국동향이나 수사정보 또는 상대방 개인사업 정보나 심지어 여성문제까지 흘리면서 협박성 발언을 하는 그런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음종환 전 행정관이 스스로 밝힌 것만 들어도 그의 언행은 적절치 못했다. 청와대 문건파동의 배후를 직접 거론하는가 하면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한 폄하성 발언도 그의 직분에 어울리는 얘기가 아니다. 설사 문건파동의 배후를 조응천 전 비서관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가 먼저 내뱉을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준석 전 위원이 밝힌 대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정말 거론했다면 이는 ‘청와대발 음모론’으로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물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으니 결과는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다만 꼭 하나 더 강조할 대목이 있다. 이준석 전 위원에 따르면 음 전 행정관이 이 전 위원의 회사 내부정보와 여자문제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전 위원도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일개 행정관이 어떻게 한 사업체 내부의 정보를 알았으며, 여자문제까지 얘기할 정도로 사적인 정보까지 알고 있었을까.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간인 사찰이 있었는지, 아니라면 그 정보를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 정보의 진위 여부 못지않게 그 정보의 출처부터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부디 충격적인 얘기가 나오질 않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