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한국교회 부패상을 지적해 교계로부터 압박을 받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는 영화 ‘쿼바디스’ 포스터. ②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랑의교회. ③ 여의도순복음교회. ④ 왕성교회.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뉴스천지)

쿼바디스가 짚은 한국교회 논란

한국교회언론회가 나서
영화관에 상영중지 공문
조직적 상영방해 확인돼

본질에 대한 반성은 없고
욕먹고 교인 줄까 우려만
도덕불감증 여실히 드러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한국교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목회자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교인을 잃을까 ‘비상’이 걸렸고, 영화를 관람한 교인은 술렁이고 있다.

영화 ‘쿼바디스’는 지난 15일 기준 개봉 5일 만에 관람객 6098명을 기록했다. 독립영화 인데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아닌 소규모 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상영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숫자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하는 KOFIC 주말 다양성 박스오피스(12~14일 기준)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관람객들 대부분이 영화의 내용에 극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리뷰와 평가를 쏟아냈다.

“영화를 보고 나자, 한국교회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문제가 많았다. (영화 속 감독의 말대로)그 문제점들을 바꾸려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성도도 잘못됐다는 것이 미처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뭔가 아주 중요한 점을 깨달은 느낌이었다. 교회에서의 세습, 목사님들의 횡령, 무조건 큰 건물로써 전도를 대신하려는 행위… 왜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못 본 척하며 바꾸려하지 않는 걸까.(네티즌 ‘wjf*********’의 리뷰 중)”

사실 영화 ‘쿼바디스’에서 등장하는 한국교회의 문제점들은 거의 모든 내용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이미 공개된 것들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

◆부패상 재조명된 한국 대형교회들

쿼바디스에 등장하는 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왕성교회, 홍대새교회 등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원로목사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1년 9월 교회 장로 29명은 조용기 원로 목사와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조 목사가 당회장 시절 교회 돈을 가져다 장남 조희준 씨의 주식 투자에 200억원 넘게 사용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용기 목사가 ‘조용기의 내연녀였다가 배신당했다’는 내용의 소설인 ‘빠리의 나비부인’의 출판을 방해하기 위해 교회 돈을 사용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조용기 목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조희준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올해 8월 항소심을 통해 조 목사는 감형을, 조 전 회장은 석방됐다. 그러나 둘 다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빠리의 나비부인’ 정귀선 씨와 관련된 사안은 현재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2012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새예배당 신축 특혜 논란으로 교회 측과 갱신위원회 측으로 나뉘어 갈등과 마찰을 빚었고, 신축 예배당이 들어서는 서초구 주민들과는 사회법 소송에도 휘말렸다. 새예배당 신축 특혜 논란은 법원이 사랑의교회 측의 손을 들어줌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건축비가 3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초대형교회 건축에 따른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건축 논란과 함께 담임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도 교계 내외에 충격을 줬다. 오 목사는 이 문제로 6개월 동안의 자숙기간을 거쳐 다시 복직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사랑의교회 설립자인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씨가 저술한 책 ‘서초교회 잔혹사’가 출간되며 오 목사와 관련한 온갖 의혹들은 재조명됐다. 이후 지난 10월 말 영화 ‘제자 옥한흠’이 개봉돼 옥한흠 목사와 후임 오정현 목사의 대비된 행보가 회자됐다.

왕성교회는 지난 2012년 10월 부자 세습을 강행처리했다. 당시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한국교회 고질병인 교회세습을 뿌리 뽑기 위한 세습방지 법안을 교계 최초로 제정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길 목사는 교계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습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왕성교회 측은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해 비난을 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같은 해 길 목사에게 ‘자랑스러운 지도자상’을 수여했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세 번이나 역임한 길 목사는 한국교회 세습반대 운동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교계 안팎으로 비난과 질타를 받았다.

홍대새교회는 담임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논란으로 현재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 목사는 성추행 논란으로 자신이 세운 삼일교회를 사퇴했고,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다시 홍대새교회를 개척해 비난을 샀다. 소속 노회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 평양노회에서는 재판국을 설치했고, 전 목사의 면직 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쿼바디스는 논란이 된 교회 외에도 사랑의교회와 왕성교회 홍대새교회 등이 소속된 교단인 예장합동과 교단연합체의 부패상도 고스란히 담았다.

◆교회언론회 주도 조직적인 압박?

영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은 조직적이고 민감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영화 제작진을 압박한 내용증명이 공개돼 화제가 된 후 지난 15일에는 한 언론을 통해 한국교회언론회가 각 교단과 단체들에 보낸 공문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는 영화 ‘쿼바디스’ 개봉에 한국교회가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했는지를 방증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38개 교단 연합체이며 주로 보수교단 쪽 입장을 대변해왔다. 쿼바디스에 등장하는 오정현 목사의 친동생인 오정호 목사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교회언론회는 공문을 통해 각 교단에 영화 상영 방해를 독려했다. 이들은 “12월 초에 영화 상영관인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 등에서 한국교회를 비난하는 영화 ‘쿼바디스’를 상영한다고 한다”며 “이 영화는 극히 일부 한국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비난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한국교회 전체가 입을 이미지 손상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것이며, 젊은이들을 교회에서 떠나도록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미 위 상영관에 영화 상영을 중지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더 많은 교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중요 교단들과 연합단체도 한 목소리라로 반교회적이고 반기독교적인 다큐 영화 상영의 중지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직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앞서 사랑의교회는 내용증명을 통해 영화 개봉 전에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와 관련한 장면들을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영화가 개봉될 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영화에서 해당 장면은 삭제되지 않았고, 사랑의교회는 법적조치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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