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또한 휴전국이기에 항시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남북정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작은 꼬투리만 보여도 물고 늘어질 것이 없는지 예의주시하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남북이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북한의 입장에서 딴지걸기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북한은 28일 2차 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에 대해 또 다시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은 지난 26일 새벽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우리 정부가 전단 살포를 방임했다고 주장했다. 파주 임진각에서의 전단 살포가 무산되자 탈북단체가 저녁에 몰래 김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에 정부는 반박 전통문을 보내 법적 근거 없이 민간단체의 살포를 통제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고위급 접촉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라고 요구한 상태다.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우리 정부를 흔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가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유치한 태도임을 알면서도 우리 스스로가 북한의 이런 놀음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국방부, 병무청, 육해공군 본부 등 국방위 소관의 전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가 있던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25일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전단 살포 단체와 진보단체‧지역주민 간의 충돌이 여지없이 국감 테이블에 올랐다. 불 보듯 훤한, 언제 들어도 알 것 같은 레퍼토리가 흘러나왔다. 왜 막지 않았냐고 따져 묻듯 몰아치는 야당 의원들과 왜 막으려고 하느냐며 되받아치는 여당 의원들의 모습에서 문제의 해결책이나 원인을 찾기보다는 그저 모든 잘못을 서로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졌다.

보수단체는 대북전단 살포가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종북좌익을 척결하는 일이자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의 실태를 알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너무 편협한 시각 안에 사로잡혀 동포의 생존권을 담보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입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보수단체와 이를 막으려는 파주시민 및 진보단체 회원들 간의 충돌이 있던 것도 서로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됐다. 대북전단날리기연합 대표 최우원 교수의 경우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 한 농민들을 향해 “북괴의 사주를 받은 사람들이 우리 트럭을 습격했다”고 주장하며 정확한 근거도 없이 ‘북괴의 사주를 받은 사람’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민통선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에 희생양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흔히들 말하듯 안보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논하는 데 있어 보수와 진보와 같은 진영 논리는 하등 소용이 없다. 혹자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이도저도 아닌 것이 중도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중도란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용기이자 진실과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하는 것 그리고 분명한 것, 즉 이치이자 진리를 말하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어떠한 사물과 사건, 현상을 바라볼 때에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치에 맞는지 혹은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중도를 지켜 남남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유치한 전략도 아닌 전술은 그만두고 대화의 현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통일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또한 이루지 못할 허황된 꿈도 아니다. 남북이 세계 속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으니 바로 통일과업이다. 서로의 눈앞에 놓인 국익과 이념을 앞세우기보다 다가올 미래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면, 아니 더 앞서가고 싶다면 통일과업은 반드시 이뤄야 하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일 또한 접어야 한다. 국민이 없다면 나라가 없고 나라가 강하지 못하면 스스로의 욕심과 이념만 고집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번 대북전단 살포 사태를 통해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은 과연 내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