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미국의 아시아전략에 한국은 속아왔다는 분석이 작금에 와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친미 성향이 강한 쪽에선 바로 반론과 반발부터 준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실이냐에 관심을 둬야 한다. 미국의 전략과 태도를 지적하면 진실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색깔론으로 접근한다. 우리가 분명히 할 것은 진영논리를 지나치게 앞세우다보면 진정 알아야 할 진실은 덮이고 묻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실 아닌 것이 진실이 되어 우리의 생각을 주장하게 되고, 거짓과 왜곡의 역사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빨간 물이 들지 않았다면 누가 민족상잔의 주범이요 민족통일의 걸림이 되는 김씨 일가의 세습체제를 옹호하고 찬양하겠는가. 진정한 보수는 우익이라야 하며, 우익(右翼)의 참 뜻은 좌익에 반한다는 의미보다, 옳고 바른 쪽을 의미(바를 우,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함)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참에 알았으면 한다. 또 중도(中道)의 참 의미도 불교의 철학으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애매모호하고 우유부단함이 아닌 옳은 길을 뜻하니 중도는 곧 정도(正道)이며 나아가 진실이요 진리다. 따라서 진정한 보수론자는 올바른 판단과 분석을 통해 바른 선택으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우익 곧 옳고 바른 길인 중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

한반도는 역사적 환경과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굴욕적 외교가 그 원인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과, 분명하고 확실하며 일관성 있는 외교방향이 없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나아가 이를 이행해 나가는 전략적 외교가 없었다는 점도 치욕적 역사의 중요한 원인이라 하겠으며, 이는 유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쯤에서 주요 강대국의 외교술과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저절로 강대국이 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교와 안보는 정권교체마다 춤을 추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부자세습과 요동치는 숙청과 피바람 속에서도 외교와 남북관계만큼은 책임자와 노선을 지켜나가게 하고 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우리는 이 나라와 민족의 안위가 우선인지, 아니면 개인의 정권유지가 우선인지를 궁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여러 전문가가 모인 조직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국의 독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표기했다가 한국의 반발로 지난 14일 삭제한 일이 발생했다. 이 해프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외교의 한계를 나타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한·미 간 전략적 동반자를 앞세우는 미국이지만 사실상 그 속내는 그와 다르다는 점이며, 이는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 외교의 한계를 반영하는 단서가 된다. 또 이 사안은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놓고 볼 때, 한국 외교와 일본 외교의 차이며, 안일무사적 업무처리가 빚어낸 결과라 하겠다.

나아가 중요한 관점은 바로 미국의 실리를 위한 이중적 태도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또 다른 독도의 애증 어린 비화를 들여다보자. 바로 1952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다. ‘대일강화조약 초안’의 영토 조항 6조는 1945년 해방과 함께 ‘일본은 한국 본토 및 근해의 섬들에 대한 권리 권원을 포기하며, 여기에는 거문도 울릉도 리아쿠르암(독도) 및…’ 즉, 독도는 한국 영토에 속한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로비와 미국의 야심찬 일본 열도 속국화 과정에서, 당시 승자의 주체인 연합국의 입장과는 다르게 미국의 군사기상 그리고 레이더기지를 독도에 설치하고 싶어 했던 맥아더 장군의 생각은 일치했으며, 결국 오늘날 독도분쟁의 씨라 할 수 있는 러스크 서한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05년 7월 29일 ‘가쓰라 태프트 밀약’이 기다리고 있다. 이 조약은 대한제국의 일본 식민지화를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미국은 필리핀을 속국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특사인 육군장관 태프트와의 맞교환을 위한 치욕의 비밀 협약이었다.

이러한 치욕과 굴욕의 역사는 결국 무능한 위정자들의 외교력 부재의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나아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내치의 부재 즉, 권력과 명예라는 자기 영달에만 급급했던 지난 역사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분명 거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치와 치욕의 역사는 여전히 유전되어 오고 있으니, 오늘 이 글이 나온 이유다.

이제 시대는 바뀌어 새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도래한 새 시대는 온 지구촌을 리드할 리더로 대한민국 꼽기를 아무도 주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당파와 계파와 무사안일과 그에 따른 굴욕외교는 나라의 주인인 백성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 보수 등 진영논리에 함몰돼 앞을 보지 못하는 미련한 백성들로 남을 것인가를 냉정히 생각해 볼 때다. ‘내가 참으로 알 때 보인다(知則爲眞看)’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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