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청이 숭례문에 대해 단청공사를 중심으로 복구공사 전반에 대한 1차 종합검진을 실시한 지난 2013년 10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숭례문 단청의 모습. 기둥문양과 단청의 칠이 벗겨져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無경험 단청장, 화학재료 사용하고 횡령까지
문화재청·감리사 ‘방치수준’ 허술한 관리감독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5년 만에 복구된 국보 1호 숭례문의 단청의 박리박락(균열이 가거나 떨어지는 현상) 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총제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8일 문화재청을 속이고 사용이 금지된 화학안료(지당)와 화학접착제(포리졸)를 사용한 혐의(사기 등)로 단청공사를 총괄한 단청장 홍모(58) 씨와 그의 가족, 제자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재청 복구단을 운영하면서 고증자료를 연구·검증하지 않고 기술자문 역할을 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감행한 문화재청 공무원 최모(48) 씨 등 5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감리사 이모(50) 씨 등 2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 등 6명은 1970년대 이후 전통기법으로 단청공사를 시공한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속이고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홍 씨는 2009년 12월 문화재청이 발주한 숭례문 복구공사 단청분야 장인으로 선정됐고 2012년 8월 전통기법으로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9월 말쯤부터 전통안료인 호분(흰색)만으로 색상이 발현되지 않고 아교가 엉겨 붙는 등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 문화재청과 감리단에 사실을 알려야 했지만 홍 씨는 가족과 제자들을 지시해 화학재료 등을 전통 안료와 접착제에 몰래 섞어 사용하도록 했다. 안료를 갈 때에도 손으로 가는 전통기법 대신 믹서기계를 사용해 인건비도 50%가량 줄였다. 이런 수법 등으로 단청공사비 7억 3500여만 원에서 3억 9000여만 원을 빼돌렸다.

경찰은 홍 씨의 부실시공으로 단청이 박리박락되면서 재시공에 따른 비용 수십억 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문화재청 공무원과 감리사들의 업무 과실도 드러났다. 최 씨 등 문화재청 공무원 5명은 자격이 없는 홍 씨에 대한 종합적 실험과 검증 없이 공사를 감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년 5월과 2012년 1월 두 차례 숭례문복구단 회의에서 특수 환경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공사기간(2012년 12월)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충분한 검증 없이 공사를 강행하기도 했다.

한편 이 씨 등 감리사 2명은 ‘안료배합은 감리원 입회하에 단청기술자가 직접 한다’는 숭례문 특기시방서(공사의 순서가 기재된 문서)를 무시하고 안료를 섞는데 입회하지 않으면서 불법 배합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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