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세월호 특별법 대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상 최악의 사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세월호 참사였건만 그 진상을 규명하는 길은 참으로 멀고도 고통스럽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고 농성을 하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해도 그 길은 아직도 까마득히 멀어 보인다. 무소불위의 여당과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 간의 협상을 기대했던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 오죽했으면 피해자 유가족들이 직접 정치권과의 협의에 나섰겠는가.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곰곰이 성찰해 볼 일이다. 무능한 정치는 지금 국민의 여론마저 둘로 갈라치기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에 분노하는 민심을 전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아전인수 격이다. 새누리당은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이 추석민심이라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 민생 중의 민생이라는 것이 추석민심이었다고 전했다. 여야 모두 듣고 싶은 얘기만 들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어떤 해법도 찾지 못하고 또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정치권에 대한 질타와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점만은 공감했다. 이 사실 만큼은 어느 쪽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추석민심이 정치권에 가혹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새누리당의 고민이 더 커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집권당의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지금의 교착상태를 모두 야당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이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두 번이나 여야 합의를 번복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세월호 정국을 꼬일 대로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러나 과반의석을 가진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야 협상은 파국으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빨리 대안을 찾고 정치력을 발휘해서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을 설득하고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어 달라는 것 또한 국민이 바람이요, 집권당이 끌어안고 가야 할 무한 책임의 운명이다.

그럼에도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정치권이 보이는 행태는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든 새정치연합을 끌고 들어가는 것은 큰 정치가 아니다. 이제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가족을 보고 또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국을 풀어가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막강한 집권당의 위상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전폭적인 국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보수의 혁신’을 강조했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어쩌면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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