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단체들, 잇달아 반대 입장 표명 “자해행위와 같다”
“한기총 금권선거‧파행운영, 교회위상 추락 원인 중 하나”
“오늘날 교회목회자 도덕성, 세속 정치인들보다 저질”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개신교계 ‘제4의 연합기구’ 설립을 두고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연초부터 새로운 연합기구 설립에 대한 이야기가 교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미 한국 개신교계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세 연합기구로 나눠져 있다. 이런 마당에 한기총에서 갈라져 나온 일부 교단을 중심으로 또 다시 ‘제4의 연합기구’ 설립이 논의되고 있어 자칫 교계가 사분오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한쪽에선 교회의 일치와 화합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연합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교계 안팎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교계 단체들이 잇달아 새 연합기구 설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한국교회언론회, 한국목회자협의회(한목협) 등이 ‘제4의 연합기구’ 설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 이어 교계 곳곳서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샬롬나비, 대표 김영한 박사)’이 “교회 분열을 가중시키는 ‘제4연합기구’ 출범 시도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3일 발표했다.

샬롬나비는 제4의 연합기구 설립으로 한국교회가 계속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자해행위에 다르지 않다”면서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께 책망을 면치 못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샬롬나비는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진정으로 연합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공감해 더 이상 분열하지 말고 지체 없이 연합기구의 하나 됨을 이루어 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연합기구의 하나 됨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사회통합 과제와 맞물려 있는 한국교회의 절실한 과제”라며 “대한민국은 이제 사회통합을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통합된 교회 연합기구를 통해서 분열된 한국사회를 향해 상호존중과 통합의 덕을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열 거듭한 한국교회의 현실

샬롬나비의 성명은 한국교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샬롬나비의 성명대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1989년 결성된 보수교회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2011년 이후 파행을 거듭하다 예장통합, 기성 등이 분열되어 나와 2012년 3월 새로운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으로 나눠졌다. 2013년 말에는 한기총의 이단 해제에 반발해 예장합동과 고신교단마저 탈퇴하고 새로운 연합기구 설립을 논의 중에 있다. 당초 예장합동과 고신·합신 등은 지난 1월 17일 (가칭)기독교한국교회총연합회를 출범하려 했으나 교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무기한 연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샬롬나비는 “제4의 연합기구 발족 시도는 종교 지도자들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소위 ‘정치 모리배들’의 행동”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샬롬나비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와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평신도들이 야기한 것이 아니라 몇몇 교권욕을 지닌 자들이 초래한 것”이라며 대형교회의 편법 세습, 각종 스캔들과 불의한 관행 등 목회자들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샬롬나비는 “오늘날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도덕성과 윤리에 있어서 세속 정치인들의 윤리보다 못하고 저질(低質)이 되었다”고 비난했다.

◆“하나의 연합기구 만들자” 제안

샬롬나비는 또 한국교회의 사회적 위상 추락 요인 중 하나가 한기총 사태에서 비롯된 연합기구의 분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기총 파행의 이면에는 선거 과정에 돈 봉투 돌리는 관행이 있었고, 결정된 의결이 자신에게 불리하면 다른 구실을 붙여 뒤집고,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고치는 불합리한 운영이 있었다”고 비난했다.

샬롬나비는 한교연에 대해서도 “한기총 개혁을 한다면서 새로운 연합단체를 만들어 이를 고착시키는 한교연의 지도자들도 자신들의 행위를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며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안주하는 것은 새로운 권력욕과 명예욕의 표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샬롬나비는 ▲제4의 연합기구 만드는 일을 중단할 것 ▲한기총은 연합기구로서의 대의를 상실한 것을 철저히 회개할 것 ▲한교연은 한기총 탈퇴분립을 정당화하지 말 것 ▲한기총과 한교연은 조건 없이 분열 이전의 상태로 다시 합해야 할 것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하나의 기독교 연합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 ▲오늘날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우리 선조들의 신앙정신을 회복해야 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교계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제4의 연합기구 설립 문제와 연합기구 통합 논의가 어떻게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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