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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안감 고조… 닭·오리고기 매출 감소
정읍 감염 의심오리 발견 “추가신고 대상 아냐”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가족모임을 할 때면 건강에 좋다는 오리고기를 먹으러 자주 갔는데 당분간은 자제하려고요. 익혀 먹으면 괜찮다고는 하지만 왠지 꺼림칙하잖아요.”

강재연(여, 39, 서울 용산구 만리동) 씨는 명절 연휴에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메뉴는 부모님이 좋아하는 메뉴인 오리구이로 정했지만 최근 AI가 발생해 전국이 들썩이자 집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방송 등에선 익혀 먹으면 감염 우려가 없다고 했지만 면역력이 약한 부모님을 떠올리니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치킨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선호(남, 42, 가명) 씨는 “주말동안 배달주문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식품 관련해서 파동이 나면 피해를 보는건 소비자가 아닌 판매자”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했다.

박 씨는 “방송에서 심각하다고만하고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번 사태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며 “농가뿐 아니라 가공 업체나 음식점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 씨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해 전국이 두려움에 휩싸였다.

감염 위험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도 위축돼 마트나 음식점 등의 닭, 오리 판매도 감소했다. 21일에는 AI 발병농가가 추가로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I가 발병한 전북 부안, 고창 인근 농장 5곳에 대한 예찰하던 중 AI감염 의심 농가를 확인했으며, 시료 정밀분석 결과 농장 1곳이 H5N8형으로 확진됐다”며 “나머지 4곳은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며 이들도 H5N8형일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실상 이번 AI 발병 원인이 가창오리떼로 밝혀진 것.

농식품부는 “예찰활동으로 확인된 AI는 이미 걸려 있던 것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지역에서 추가의심신고가 들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역활동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AI를 막기 위해서는 철새 분변 등 위험요인과 가금농장을 차단하고 소독 등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주요 철새도래지의 예찰‧소독과 함께 가능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범정부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전북 정읍에서도 AI 감염신고가 들어와 AI 확산 가능성이 불거지자 불안감이 고조됐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새로 감염신고가 들어온 전북 정읍 고부면은 야생 가창오리떼의 월동지인 동림저수지 북동쪽으로 지금까지 AI가 발병한 고창‧부안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 농장이 부안의 2차 발생 농장과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농장으로 지난 11일 사료차량이 두 농장을 오간 사실을 확인한 후 이동통제 중이었다고 밝혔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정읍에서 발견된 AI 의심오리는 예찰 과정에서 발견된 사례로 추가신고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창오리떼는 지난해 12월부터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 머물고 있으며 행동 반경은 하루 30~40㎞에 달한다. 이에 방역당국은 AI바이러스가 활동반경 전 지역에 퍼졌을 가능성도 배
제할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읍에서의 AI 감염신고가 고창‧부안지역을 벗어나 전 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포위망형’ 방역체계의 전면 재수정과 함께 방역망 확충, 방역대책 조정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AI 확산 방지를 위 한 선제적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살처분 범위를 현행보다 확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살처분 대상농장은 1차 확진 농장(고창), 2차 확진 농장(부안)에서 반경 3km 이내에 있는 농장이며 대상 축종은 오리다.

권 국장은 이날 오후 “닭의 경우는 현재까지 AI 감염사례가 없는 점을 감안해 금번 살처분 확대 대상에서는 제외했다”며 “향후 닭에서 한 건이라도 AI가 발생할 경우에는 닭도 오리와 같은 기준으로 살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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