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가 주최하는 가톨릭독서콘서트가 26일 저녁 8시 서울 불광동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초대작가는 소설가 공지영으로, 신간 <높고 푸른 사다리>를 주제로 신과 인간, 삶과 나눔 등에 대한 성찰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지도신부 김민수, 회장 김정동)가 주최하는 가톨릭독서콘서트가 26일 저녁 8시 서울 불광동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초대작가는 소설가 공지영으로, 신간 <높고 푸른 사다리>의 내용을 주제로 작가가 소설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높고 푸른 사다리>에는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을 위해 기도했던 마리너스 수사, 토마스 수사, 나자레나 수녀 등 세 사람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신과 인간, 삶과 나눔 등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공 작가는 올해 초 <높고 푸른 사다리>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 자신의 심경변화와도 관련이 있었다.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했을 때 10년 전 읽었던 책 구절 하나가 떠올랐다”며 베네딕토 왜관수도원과 마리노스 수사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났다고 말했다. 언젠가 소설로 쓰겠다 생각했던 내용을 10년 만에 작업하게 된 것이다.

경상북도 왜관에 있는 성 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은 한국전쟁 이전 이북 지역에 있던 베네딕토회 덕원수도원과 중국에 있던 베네딕토회 연길수도원의 수도자들이 월남하여 설립한 수도원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반도 북쪽에서 널리 포교를 하던 독일인 신부들은 한국전쟁 당시 공산주의자들에 끌려가 수용소에서 참혹한 고난을 받는다. 서독 정부의 노력으로 겨우 귀환할 수 있었던 이들 신부들은 모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왜관수도원에서 사역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도 북한이나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증오를 보이지 않았다. 작가는 수용소 생활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참된 사랑을 보여주는 수도자들을 통해 인간이 또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말한다.

▲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이 26일 불광동성당에서 열린 가톨릭독서콘서트에서 자신의 신작 <높고 푸른 사다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흥남철수작전 때 민간인 1만 4천 명을 태웠던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조’를 한 배로 기네스에 올라있다. 이 배의 선장이었던 레너드 P. 라루 선장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국 뉴저지주 뉴턴시에 있는 베네딕토회 성 바오로 수도원에 들어가 마리노스 수사가 돼 평생을 봉헌했다. 성 바오로 수도원은 한국의 왜관수도원으로부터 도움을 받기 원했고 왜관수도원 수사들은 그 이유를 알고자 바오로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마리노스 수사를 만나 그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듣게 된다. 이후 왜관수도원의 수사들은 바오로 수도원에 파견돼 수도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베네딕토 수도원의 독일인 신부들을 대표한 토마스 수사와 흥남철수작전에서 많은 한국인을 구한 마리노스 수사, 마지막으로 로마의 수녀원에서 평생 한국을 위해 기도한 나자레나 수녀를 통해 이 세 사람들이 도대체 한국과 무슨 인연으로 한평생을 바쳐서 이런 삶을 살았을까를 이야기한다. 나자레나 수녀는 한국전쟁의 참상이 보도된 후 한국의 구원을 위해 평생을 쪽방에서 기도하며 살았다.

많은 취재를 통해 이들의 삶을 성찰해 본 공 작가는 “저 분들의 희생과 기도 덕에 내가 이렇게 편안히 살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특수한 이야기라 (책이) 안 팔리지 않겠느냐는 물음도 있었지만, 특수한 이야기임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행동적이고 실천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공지영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도가니> <즐거운 나의 집>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봉순이 언니>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착한 여자>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 공지영 작가가 독서콘서트 후에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신작 <높고 푸른 사다리> 사인회를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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