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에 외국어 한글 표기 증가

▲ (사진제공: 이미지 투데이)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공공기관 문서의 외국어 한글 표기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보도자료 등에는 외국 글자, 한자 표기는 줄었으나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경우는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는 2012년에 이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동안 17개 정부 부처와 국회, 대법원이 냈던 보도자료 총 3068건을 모아서 이들 보도자료가 국어기본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 기준은 국어기본법 14조 1항에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는 규정을 잘 지킨 지다.

조사 결과, 지난해와 비교하면 국어기본법 위반은 줄었으나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경우는 오히려 늘어났다.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사례 집계’ 분석 결과, R&D, First Follower, 對, 美 등 외국 글자나 한자를 본문에 그냥 써서 실정법인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사례는 보도자료 3068건에서 8842회로 드러났다. 한글문화연대는 “이는 보도자료 하나마다 평균 2.88회를 위반한 셈”이라고 말했다.

2012년 3~5월 동안 14개 행정부처와 입법부, 사법부 보도자료 2947건에서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횟수는 모두 1만 3099회로 나타났다. 이는 보도자료 하나마다 4.4회를 위반했던 것에 비하면 위반 횟수는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I am a boy’를 ‘아이 엠 어 보이’라고 적는 것과 같은 가이드라인(기준)이나 ‘리스크’ ‘시너지’와 같은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하는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2012년 집계 당시 석 달 치 보도자료에서 1만 451회가 나와 보도자료 하나마다 3.6회였지만, 2013년에는 1만 6795회로 나타나 보도자료 하나마다 5.5회로 나타났다. 이는 1.6배 늘어난 셈이다.

한글문화연대는 “외국에서 들어온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국어기본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외국어를 그냥 한글로만 적은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본문에 영어 등 외국 글자를 그대로 드러내는 위반은 7687회였다. 이는 보도자료 한 번 작성할 때마다 평균 2.51회를 위반한 것이다. 또 한자를 괄호 속에 넣지 않고 그대로 본문에 드러낸 위반 사례는 1155회로 나타나 보도자료 2.6건을 작성할 때 한 번꼴로 한자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기관별로 보도자료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가 많은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순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 217건에서 2681회를 위반해 보도자료 하나마다 12.4회씩 로마자나 한자 표기를 하고 있고, 미래창조과학부는 보도자료 하나마다 5.8회(343건에서 1992회), 외교부는 하나마다 4.4회(285건에서 1249회), 기획재정부는 하나마다 4.2회(268건에서 1133회)씩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7건의 보도 자료에서 11회를 위반해 위반 횟수가 가장 적었다.

자주 쓰는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 사례(명칭, 횟수)

가이드/가이드라인(90), 거버넌스(16), 글로벌(358), 노하우(33), 로드맵(67), 리더/리더십(75), 리스크(61), 매뉴얼(28), 매칭/매칭 펀드(21), 메시지(50), 멘토/멘토링(90), 비전(95), 서포터스(58), 세션(102), 센터(484), 스마트(125), 스토리텔링(32), 스태프(12), 시너지(34), 워크숍(207), 원스탑(47), 이벤트(69), 이슈(84), 인센티브(90), 인턴(77), 인프라(198), 채널(75), 컨설팅(188), 컨퍼런스(69), 쿨맵시(22), 토크/토크콘서트(15), 파트너/파트너십(83), 패널(57), 패러다임(47), 패키지(60), 페스티발(32), 포럼(371), 프로세스(52), 프로젝트(301), 플랫폼(52), 허브(21), 홈페이지(359), 힐링(10) 등이며, 이외에도 다이퍼대디, 대미, 드레스코드, 렌트푸어, 모멘텀, 미스매치, 슬러지, 에너지바우처, 이니셔티브, 인벤토리, 제로베이스, 트라우마, 슬로우시티, 헬스케어 같은 뜻 모를 외국어가 아무런 설명 없이 보도자료에 나왔다.

한글문화연대는 공공기관이 국어기본법을 잘 지키고 쉬운 우리말로 공문서를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2014년부터 알기 쉽고 바르게 쓴 공문서를 대상으로 ‘세종 보람’이라는 인증 표시를 부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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